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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색 헬맷의 비밀

에디터 SU의 큐레이션

by 에디터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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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의 생성과 종료의 생애 주기가 빠른 시대지만, 메신저 어플과 배달 어플은 통화 버튼처럼 스크린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민트색 헬멧을 쓴 캐릭터를 보면 자연스럽게 배달의 민족을 떠올릴 수 있는데, 몇 가지 특징만으로 배달의 민족만의 자체적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에게 깊숙이 각인됐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와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를 집필한 홍성태 교수의 대담집 <배민 다움>은 그들의 브랜드관처럼 심플하고 정확하고 끈질기다.







명확성, 일관성, 정체성








책 에서는 세 가지를 말한다. 명확성, 일관성, 정체성이다. 1부에서는 김봉진 대표가 사업에 실패하며 깨우친 것들로 명확하게 브랜딩 하는 법을 깨닫고 배달의 민족을 창업하게 된 에피소드를 2부에서는 배달의 민족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광고를 일관적으로 지속한 외부 브랜딩에 대한 에피소드 3부에서는 내부 직원들을 어떻게 배민화 시켰는지에 대한 내부 브랜딩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김봉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한 홍성태 교수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역자로 브랜딩에 관한 개념을 대중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에 일조했다. 홍성태 교수는 브랜딩의 기본은 존재감을 공고히 하는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며, 필수 전제는 인간 이해에 대한 선행이라고 말한다. 김봉진 대표의 브랜드관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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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이 시작되는 곳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다. 나의 호불호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파괴되고 어떤 방식으로 회복되는지, 나의 특징과 욕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나는 나로 태어나서 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받는다. 나를 이해하는 작업은 생에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끊임없는 작업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를 진정으로 인정할 때 이뤄진다. 방정식처럼 x와 y를 대입할 때 정해진 답이 생성되는 구조가 아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잡기 어려운 자아를 포착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멈추지 않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우리는 본질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부터 브랜딩은 시작된다.

김대표는 ‘자기다움’을 일관성 있고 명확하게 구축하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는 강의에서 ‘자기다움’을 만들 때의 포인트는 사람들이 어색해하고 낯설어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의도적으로 반복했을 때, '자기다움'이 자리를 잡는다고 말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브랜딩이 실상 ‘나’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 다움을 확립하는 것,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단련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삶의 근저에 내재된 비밀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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