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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Jan 07. 2020

그리운 '김영하' 팟캐스트를 위한 진언

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라고 합니다.
저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신의 책을 거의 다 읽을 만큼 열성적인 팬 또한 아닙니다.

'김영하'작가님. 당신을 떠올리면 당신의 작품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을 거쳐 최근에 <여행의 이유> 등 꽤 많은 작품들이 생각이 납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2010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활동한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나영석 PD와 함께 TVN <알쓸신잡>에 당신이 출연했을 때. 정확히 시즌 1에 출연했을 때가 2017년 6월이었으니까요. 팟캐스트를 중단한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웬 뜬금없이 2017년까지 활동한 팟캐스트를 언급할까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당신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물론 저 또한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현재는 2019년을 지나 2020년에 접어들었으니. 그동안 다른 문학 팟캐스트를 찾으려고 했습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개취일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라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통계를 봤거나 김영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통해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업데이트되지 않는 당신의 팟캐스트를 중복해서 듣는 이가 꽤 많다는 것을요. 물론 구성은 단순합니다. 가끔 단편 소설을 다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책의 일부분을 읽고 당신의 소회나 느낌, 또 선정된 책과 얽힌 에피소드 등을 말하는 방식이지만. 꽤 훌륭합니다. 그러니까 좋다. 괜찮다. 들을만하다. 보다는 훨씬 좋다는 의미의 훌륭하다는 건데요. 제가 볼 땐 당신의 목소리가 40%를 차지하고. 그다음은 당신이 연기자나 성우 출신도 아니지만 오디오 연기라고 할까요. 인위적인 연기 톤 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오디오 연기가 3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30%는 솔직함입니다. 그건 유명 작가를 떠나 한 사람의 화자와 청취자 간의 교감이라고 표현할까요. 솔직하고 진지하고 담백한 느낌이 청취자로 하여금 당신과 함께 한다는 공존과 공감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너무 그립습니다.

<알쓸신잡>에 당신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움보다는 뭔가 불길한 감정이 앞섰습니다. 팟캐스트는 지금의 유튜브처럼 대안 미디어로서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글쎄요. 대체재보다는 보완재 정도라고 할까요. 2017년도 팟캐스트 상황은 시사 프로그램과 <지대넓얕>. 레거시 라디오 방송의 재활용 콘텐츠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의 팟캐스트는 문학 오디오 콘텐츠에서는 독보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늦게 업로드되는 것으로 유명한 당신의 콘텐츠를 기다리는 심정에서 <알쓸신잡> 출연은 더 이상 팟캐스트는 불가능하겠구나 싶은 암묵적 서비스 종료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왜 불길한 마음은 틀리지 않는 것일까요.  

<오디오 *립>에 당신의 오디오 콘텐츠가 올라온다거나. <밀*의 서재>에서 당신의 오디오 콘텐츠를 발견할 수는 있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오디오 콘텐츠. 즉 프로모션용으로 제작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듣게 되면. 앞서 언급한 당신의 팟캐스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건 나쁘다라기 보다 즐겨 찾던 동네 백반집이 프랜차이즈 가게로 변한 뒤 처음 방문해서 먹는 밥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 이거 아닌데.
https://tv.naver.com/v/3698604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는 당신의 유명세 덕일까요. 조심스러워진 언행과 <알쓸신잡>에서 만들어진 어떤 캐릭터와 섞인 묘한 또 다른 당신의 탄생은 소장 욕구에서 소비욕구로 변경된 느낌이었습니다. 나만 알던 맛집이 TV에 소개되어 모두가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복잡한 심정과 닮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말도 안 되는 투정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부탁이 있습니다. 많이 바쁘시고 방송국에서 또 다른 콘셉트로 당신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과 무엇보다 작품 활동을 위한 일련의 시간 또한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트를 위한 오디오 콘텐츠 업데이트를 해줄 수는 없을까요. 제발요.

당신이 남긴 팟캐스트 콘텐츠들이 꽤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소설 속 이야기들과 해석들은 잠 못 이루는 울렁거림을 만듭니다. 현대인에게 울렁거림과 같은 감정적 동요는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꼭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재와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신이 수면 팟캐스트라고 언급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산책용 팟캐스트가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현대인들에게 사색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유용함을 넘어 치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추천해주는 모든 소비시장 속에서 큐레이션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저에게 아니 수많은 당신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팬들에게 당신은 작가이자 큐레이터였습니다.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사람 '김영하' 역시 당신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본질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가끔 팟캐스트를 통해 인사했던 허심탄회한 목소리가 당신의 실체와 더 가깝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오늘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적어도 5번 이상 반복해서 듣다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새로운 콘텐츠가 없어서라기 보다 더 이상 당신과 교감을 느낄 수 없다는 자괴감? 그 화는 당신을 향한 화가 아니라. TVN 나영석 PD를 향한 원망 섞인 화였습니다. 만약 당신을 섭외하지 않았다면  팟캐스트를 지금까지 계속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해석의 결과였습니다. 이 글을 당신이 읽을 일은 없겠지만. 행여 우연히 보게 된다면 팟캐스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 앞 산책로를 걸었던 수많은 시간 동안  언제 가는 당신이 팟캐스트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과 함께. 유치하지만 소망이라고 말할 정도로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유명세를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잠깐 잊고 있었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으로 만약 돌아온다면 저를 포함한 당신의 팟을 애청했고 지금도 듣고 있는 수많은 애청자들의 삶이 풍성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합니다. 수면용이든. 산책용이든. 공부용이든. 그저 김영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소중한 콘텐츠가 사라지는 아픔이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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