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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Jan 04. 2020

영화 <라스트 미션>, 숨겨진 걸작

에디터 SU의 쉐어컬쳐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영화 <라스트 미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이라고 대부분 알고 계실 텐데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조 마지오' 감독의 <라스트 미션>입니다. 영문 타이틀은 <The Last Rites of Joe May>입니다. 영화는 2011년에 개봉한 미국 작품이고, 국내에는 2018년도에 개봉했습니다.










평생 한방을 꿈꾸며 살아온 조 메이(데니스 파리나 분)는 할아버지가 된 나이에도 그럭저럭 하루하루 살아가는 별 볼 일 없는 인생입니다. 폐렴이 걸려 5~6주 정도 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와 집에 오니, 싱글맘 제니와 그녀의 딸, 안젤리나가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조 메이가 몇 주 동안 소식이 없자 새로운 세입자를 들인 것인데요. 갈 곳 없는 조는 집세를 나눠 내는 조건으로 제니 모녀와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제니 모녀도 사는 게 녹녹치 않은 상황이라, 이들의 낯선 동거가 새로운 희망을 알리는 시작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니의 애인인 스탠이 나타나며 상황은 더욱 꼬이기만 합니다. 










조 메이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가죽 재킷을 고수하고, 구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닦습니다. 콧수염과 코털을 다듬고 말끔하게 차려입고 외출을 합니다. 물론 지인의 도움으로 찾은 일이라고 해봤자 수십 kg 되는 양고기를 들고 다니며 파는 일이지만 말이죠. 친구가 있는 노인 요양원은 한사코 거절합니다. 그곳엔 자신이 원하는 삶이 없다면서요. 오랜만에 찾아간 아들로부터는 외면을 받고,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제시의 딸인 안젤리나 뿐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꼭 혈연관계로만 가족을 구성하는 건 아니다'라는 세계관처럼 <라스트 미션>도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상은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현실은 냉정하고 무섭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꿈을 꾸고, 노력을 가장한 우연을 기대합니다.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영화는 시리고 애잔합니다. 그 애잔함을 조 메이는 정말 지독히 사실적이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연인 '데니스 파리나' 배우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13년 7월, 69세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라스트 미션>이 개봉 후 2년 만에 사망했는데요. 폐렴을 앓고 있던 극중 캐릭터처럼 폐 질환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데니스 파리나'는 전업 배우가 되기 전인 1967년부터 1985년까지 19년간 실제 시카고 경찰관으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경찰관, 형사 또는 범죄조직원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후 여러 형사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경찰로 일했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해 호평을 얻게 됩니다. '데니스 파리나'는 드라마 외에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는데요. 영화 <라스트 미션>의 조 메이는 실제 '데니스 파리나'의 화려했던 전력에 대비 작아져가는 노년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를 찍고 있는 과정에서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닐까요.
















영화 <라스크 미션>은 국내에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에서 내 삶의 한 부분을 오려다 붙인 것 같은 애잔한 공감대가 형성됐는데요. 국적을 떠나 과거에 얽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어른은 없습니다. 단지 가족과 함께하는 방법적인 무지, 단지 죽어라 일해서 돈만 갖다 주면 된다는 식의 우리네 어른들의 자화상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노쇠한 몸과 지병, 가난, 그리고 최소한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자존심 하나입니다. 현재의 본인의 상황과 위치를 모르지 않지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자존심마저 잃게 된다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을 찾아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번 영화가 딱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현실을 굳이 영화를 통해 또 봐야 되나 싶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현실을 투영해 내 삶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그 힘이 냉정하고 힘들지만, 때로는 그 힘이 새로운 용기를 낼 수 있는 자그마한 씨앗이 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에디터 SU는 다양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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