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트 SU입니다.
2018년부터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올해 2020년, 인구 대비 고령인구가 15%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도시화로 출생율은 줄어들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선진 국가에서 나타나는 고령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사회현상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노인은 사회의 주요한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년생활은 누군가에게는 아직 먼 얘기이고, 누군가에게는 코앞의 큰 걱정거리일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 언젠간 맞닥뜨리게 될 필연적인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각자의 노년생활을 준비하며 누군가는 저축을 하고, 연금과 보험을 등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 노년생활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시기를 걱정하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언젠간 젊음을 잃고 주름이 지며 흰머리가 나고, 저하된 업무적, 신체적 능력에 직장을 잃고, 악화된 건강을 관리하며 살아갈 그 시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그건 아마, 힘없고 초라하며 늙은 노인이야말로 경쟁적 자본주의사회에서 비효율적인 존재라는 깊은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어떻게라도 1인분을 차지해야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힘없고 약한 노인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도 대우받고 존경받으려면 금전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년기를 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하루빨리 변화하는 우리사회는 흐름과 정서를 놓치게 되면 ‘세대차이’, ‘꼰대’ 라는 단어들로 배척하기까지하는 시대이니까요.
우야다 스튜디오 작가들은 이렇게 누구나 가지는 노년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올해 약 800만 명이 경험하고 있는 노년기, 과연 이들 모두에게 모범적인 노년기라는 것이 존재하고 ‘대접받을 만한 노인’이라는 정답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러한 정답 없는 질문으로부터 우야다 스튜디오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를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을 캐릭터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나이든 삶의 모습을 자유롭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이죠.
"사회 분위기 상 나이듦에 의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나이를 기점으로 꿈을 포기하기도, 조급하게 가족을 이루기도 합니다. 나이를 밝혔을 때의 반응도 달라지곤 하지요. 하지만, 나이에 맞는 삶의 모양이 정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고민을 시작으로 작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로서 '기대되는'모습을 지양하고 주체적이고 욕망하는 인물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나이 듦이 그려지면 우리도 더 다양한 삶의 모양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막연한 두려움보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나이듦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나요? "어쩌면 황금기"를 통해 아름다운 나의 황혼기를 그려볼 수 있길 바랍니다. "
- 팝업북, 어쩌면 황금기 中 우야다 스튜디오 일동-
우야다 스튜디오가 그리는 노인들은 서로 다른 얼굴, 표정, 옷차림, 생활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두 ‘유쾌하고 자유롭다’라는 것 입니다. 노년기란 두렵고 부정적인 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 삶에 상당시간을 차지하는 제 2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마냥 피한다고 피할 수 없고,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다짐과 능동적인 태도로 즐거운 노년기를 살아보자는 것이지요!
“우야다 스튜디오의 할매 할배는 나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어떤 것을 욕망한다. 배움과 여유와 재미를 욕망한다. 육체의 노화는 누구도 피하지 못하지만, 정신은 어쩌면 언제까지나 깨어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제 노인을 그리며 충만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낀다.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 많고 유쾌한 할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나의 미래를 맞이 하고 싶다.”
-팝업북, 어쩌면 황금기 中, 우야다 스튜디오 일동-
이렇게 우야다 스튜디오는 노년기의 인생철학이라는 다소 심오한 주제를 깜찍한 캐릭터들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야다의 노인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두렵고 걱정되기만 했던 ‘늙음’이 새롭게 다가오고 더 나아가 기대되기까지 합니다.
우야다 스튜디오의 특징은, 다른 일러스트 캐릭터 브랜드와 같이 고정적인 쇼룸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끔 서점, 카페, 북페어 등의 행사에서 캐릭터 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모습까지 자유롭고 통통튀며 여행중인 노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제주, 서울 등 전국의 다양한 소규모 카페와 서점에서 전시회와 더불어 팝업북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전시회1. 바다에서 만난 노인展
첫 번째 전시회는 우야다의 작가들이 여행지에서 만났던 다양한 노인들을 그린 전시회입니다. 비키니를 입은 할머니, 문신을 한 할머니,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 서핑을 하는 할머니 등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노인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책이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모습인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오히려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여행지’라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환경이 이러한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인식과 통념과 인식에서 벗어나서 좁게는 여행을, 넓게는 인생을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보는 사람들한테 까지 노년기의 행복함이 전해집니다. 노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여유와 풍요로움을 ‘휴가’라는 소재로 잘 녹아낸 전시 일러스트였습니다.
전시회2. 우야다 봄
두 번째 전시회는 봄날, 노인들의 다양한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항상 여행과 축제를 다니고 즐겁고 신나는 일들로만 가득찰 수 없는 일상, 그것은 노년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바쁘게 사는 사회인들에게 은퇴나 실직 후 노년기의 일상은 매우 지루하고 외롭게만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전시회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인들을 보여줍니다. 노인은 수동적이고 쇠약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적극적이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이렇게 우야다 캐릭터는 무거운 삶의 철학적 주제를 담았음에도 그들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우야다 캐릭터만의 굿즈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손수건, 물컵, 엽서, 파우치 등등 현대적인 물건에 캐릭터를 입힌 ‘굿즈’는 우야다의 인터넷 상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캐릭터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잘 맞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노년시기에 대한 같은 철학을 담은 도서들과 함께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우야다 뿐 아니라 노년시기에 대한 많은 고찰을 하는 도서, 캠페인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야다 역시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의미를 강화시키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황금 노년기의 대표주자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도서 <박막례시피>의 일러스트제작에 함께 참여하여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들을 재치 있고 귀엽게 그려냈습니다.
이외에도 박소예 작가님이 친할머니 송해임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인터뷰로 엮은 책 <야, 멘스가 마르는데 무슨 연애가 되냐>와 김훈작가님이 쓴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신소린 작가님이 할머니의 치매 간병 중 휴가를 나온 엄마와의 대화를 쓴 책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등의 도서에서 일러스트를 함께 그려 노년기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서들이 텍스트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우야다 작가님들은 이를 귀엽게 이미지화 시켜 독자들에게 그 메시지를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늙고 병들며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이 된다는 것은 자연 속에 살아가는 어떤 인간이라도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의 기준은 65세 이상의 남녀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현대에 노년기는 거의 인생의 반을 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인식해야하고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며 설계해야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일러스트, 우야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