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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07. 2020

중경삼림 속편 제작 확정, <중경삼림 2020>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여러분은 영화 속으로 잠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어떤 영화 속으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저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속 길거리를 한 번 걸어보고 싶어요. 저와 같이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둘은 아니었는지, 여러 상황이 악화되기 전 많은 사람들이 홍콩 여행을 결심한 이유로 이 영화를 꼽고는 했어요. 예술마다, 작가마다 각자가 줄 수 있는 체험의 결이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경삼림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또 확실하게 관객들을 압도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해요. 그에 걸맞게, 중경삼림은 영화 속의 거의 모든 장면이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단순히 로맨스라고만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구축하고 있는 가장 큰 두 개의 틀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두 남자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극복 방법을 함께 바라볼까 합니다. 

1)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  

경찰 223, 하지무는 최근 메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인에게 실연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만우절에요. 그는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 메이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습니다. 한 달간 전 애인을 기다리면서, 하지무는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아요.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통조림을 찾기 위해 편의점 직원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파인애플 한 캔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아냐면서요. 그건 그가 직접 정한 사랑의 유통기한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기대와 달리 한 달 내내 메이로부터의 연락은 오지 않습니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 년 후로 하고 싶다.”

결국 마음을 접은 그는 그가 한 달간 모아 왔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꾸역꾸역 다 먹습니다. 5월 1일에 난 메이에게 그저 파인애플 통조림 캔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내레이션과 함께요. 극 중 하지무의 삐삐 비밀번호는 “널 10000년 동안 사랑해. 정해져 있던 사랑의 유통기한이 모두 지났다고 해도, 결국 그 사랑 또한 하지무는 스스로 받아들여 잊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가 한 달간 모아 왔던 파인애플 통조림들이 그의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메이를 향한 사랑도 하지무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경찰 663의 집 


영화의 두 번째 주인공 경찰 633 또한 얼마 전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전 애인은 스튜어디스였습니다. 그는 전 애인을 아직 잊지 못했습니다. 둘은 경찰 663의 집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집이란 공간은 전 애인을 떠올리도록 하는,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외로운 그는 비누에게, 수건에게 말을 걸기까지 합니다. 

그런 그의 공간을 마음대로 바꾸는 건 페이입니다. 페이는 그가 자주 오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경찰 633의 전 애인이 가게 맡겼지만 찾아가지 않고 있는 편지 속에서 그녀는 경찰 633의 집 열쇠를 발견합니다. 그를 짝사랑하고 있던 페이는 몰래 집에 찾아가 집을 조금씩 바꿔 나갑니다. 전 애인을 떠올리게 만들고, 계속해서 이별의 아픔을 상기시키던 공간이었던 집은, 페이의 손길에 조금씩 모습을 바꿉니다. 전 애인의 흔적들은 점점 흐려집니다. 그가 어쩐지 전 애인이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느낀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들르게 되고 그는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중이던 페이와 마주칩니다. 그가 새롭게 사랑을 맞이 할 준비를 하던 차에, 페이는 다시 그의 곁에서 잠시 떠나갑니다. 

중경삼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불안한 순간 마주치는 찰나의 인연입니다. 20세기의 마지막 즈음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 시대의 감성에 걸맞게 극적인 상황과 극적인 장면들, 극적인 감정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장면들 때문에 혹평을 듣기도 한 영화지만 결국 지금의 20대들이 다시 이 영화를 사랑하고,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 영화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 또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또 극복해나가는 방식에 있어 자유로워 보이니까요.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조깅을 하는 경찰 223의 마음이나, 비누라도 들고 말을 걸고 싶은 경찰 663의 마음 같은 것들을 은연중에 이미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갑게 맞이할만한 소식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속편 제작 소식입니다소식에 따르면 얼마 전 9 중국의 국가 영화국이 왕가위 감독의 신작 <중경삼림 2020> 촬영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고 해요공개되어있는 줄거리에 따르면 이전에 등장했던 경찰 223 경찰 663 함께 2036년의 충칭을 배경으로  새로운 커플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충칭을 배경으로 하면서 동시에 유전자에 의해 짝이 정해진다는 SF적인 요소가 함께 더해질 것이라고 해요이전의 중경삼림이 1994년에 개봉했고 시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영화라는 점을 미루어 봤을  이러한 변화는 상징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2020년에도 우리를 90년대 홍콩으로 데려가는 힘을 가졌던 중경삼림의 다음 이야기가, 우리를 2020년에서 2036년으로 데려갈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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