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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09. 2020

나를 위로하는 시,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한글은 우리의 삶을 다각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글이 있었기에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시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행복한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언어 한글을 기념하며, 한국인이라면 태생적으로 이해하는 민족의 정서와, 그 감정을 민족의 언어로 잘 표현했던 시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들고 온 시집은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55 오리지널 디자인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저희가 많이 외웠던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을 포함한 서른 한 편의 서정적인 작품들이 담겨있습니다. 이 표지는 1955년 출판 당시의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입니다.

시인 윤동주

시인 윤동주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다 알고 있는 시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 가장 힘들고 암울했던 민족의 정서와 당시 상황을 우리말과 우리글로 표현하였던 민족시인. 우리는 그를 ‘부끄러움의 시인’이라고도 배웁니다. 적극적으로 독립 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뇌와 부끄러움에 대한 흔적이 시에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탄압에 짓밟힌 조국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철인’이라고도 우리는 배웁니다. 

‘서시’ 원고

서 시 (序 詩)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2.20.

‘별 헤는 밤’원고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아이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 석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2.5.

‘자화상’원고

자 화 상(自 畵 像)     


           윤 동 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9

시인 윤동주는 1917년부터 1945년까지 짧은 삶을 살았지만 우리의 문학과 정서 속에서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깜깜한 암흑의 시기에도 자신을 고찰하고 반성하던 윤동주, 조국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알던 윤동주, 그러한 윤동주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애국 시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한글날에 생각났던 시집,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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