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오늘은 할리우드의 따끈따끈한 스릴러 신작, <언힌지드>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북미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10월 초에 개봉한 우리나라에서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중인 <언힌지드>는 출근길 보복운전에서 시작한 범죄를 다루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누구나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생생한 공포감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단순 공포를 넘어 현대사회의 범죄에 대한 새로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레이첼의 월요일 출근길에서였습니다. 평범한 주부이자 미용사의 직장을 가지고 있는 레이첼은 이혼소송 중인 남편과 별거하며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 늙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철부지 남동생 커플과 살아가고 있는데요, 어느 때와 같이 늦잠을 잔 레이첼은 지각한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라탑니다.
급한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월요일 아침의 출근길은 꽉 막힌 채로 움직이질 않습니다. 마침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은 전화를 걸어 아들과의 약속을 마음대로 취소해버립니다. 이로 인해 상처 받은 아들 카일을 보며 레이첼은 화가 나고 안타까워합니다. 설상가상 직장 클라이언트는 지각을 밥 먹듯 하는 그녀를 해고해 버립니다. 모든 것이 불만스러운 하루의 시작이었죠.
그래도 서둘러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 액셀을 밟는데, 레이첼의 앞에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 답답한 운전자 한 명이 등장합니다. 여러 가지 일로 예민해졌던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무례한 경적을 울리며 그를 지나칩니다. 하지만 뻔뻔했던 그 운전자는 레이첼의 차를 뒤따라와 자신도 사과할 테니 레이첼의 무례한 행동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평소라면 몰라도 오늘같이 모든 일이 꼬여버린 날, 인내심이 바닥난 레이첼은 사과할 것을 거부합니다.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꾸물거린 당신의 책임이니 사과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남자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져갑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사과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무례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고 말하면서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리고 나선 레이첼에게 끔찍한 하루가 무엇인지 겪게 해 주겠다는 무서운 경고를 보냅니다. 하지만 남자는 곧 자리를 떠났고 레이첼 역시 남자가 괜히 시비로 겁을 주려는 한심한 사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 갈 길을 떠납니다. 그렇게 그녀는 무사히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이혼 변호사 친구 앤디에게 오늘 아침에 겪었던 끔찍한 교통체증, 해고, 거리 위에서 시비를 걸었던 낯선 남자 등에 대해 푸념하며 그를 만나러 카페로 향합니다.
그렇게 정신없던 출근길에서 숨 돌릴 여유도 잠시, 앤디를 만나러 가기 전 마트에 들른 레이첼은 CCTV를 통해 아까 그 낯선 남자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뒤늦게 마트 안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낯선 남자는 레이첼을 도와주려는 한 남자를 무자비하게 차로 들이받으며 분노를 표출합니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로 겁을 먹은 레이첼 앞에서 남자는 또다시 사라집니다. 레이첼은 곧바로 그를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마트에 주차를 해놓은 틈에 낯선 남자는 레이첼의 휴대폰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낡은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레이첼에게 협박 메시지와 전화를 전달합니다.
그의 경고 메시지는 아까 레이첼의 무례한 행동과 같이 자신도 레이첼에게 무례하고 끔찍한 일을 되갚아주겠다는 것입니다. 낯선 남자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레이첼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그녀의 소중한 주변 지인들을 모두 하나씩 고통스럽게 죽여갈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레이첼과 약속이 예정되었던 친구 앤디였습니다. 휴대폰의 메신저 내용을 보고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낯선 남자는 자신을 레이첼의 오랜 친구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앤디와 합석을 합니다. 이후 레이첼에게 전화를 통해 앤디를 죽이는 모습을 당당하게 생중계해줍니다. 주변 사람들의 경악과 공포, 레이첼의 뒤늦은 사과와 눈물, 끔찍하게 희생되는 주변인들에게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인행위를 저지르는 이 남자는 사이코패스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레이첼의 작은 무례한 행동으로 조절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범죄들을 저지릅니다. 앤디 다음의 타깃은 레이첼의 남동생 프레드와 그의 약혼자 로지였습니다. 그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하고 난 뒤, 낯선 남자는 이제 레이첼의 아들 카일에게 향하게 됩니다. 과연 레이첼은 자신의 전부인 아들 카일을 사이코패스 범죄자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요?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주연배우 러셀 크로우의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는 더욱 생생한 공포를 전달해줍니다. 러셀 크로우는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등으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연기파 할리우드 배우입니다. 그런 그의 메소드 범죄자 연기가 영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생생한 공포를 주는 것은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현대사회의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 위의 보복운전, 사이코패스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다룬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관람 평 중에는 거리 위의 사소한 언쟁이 잔인한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줄거리가 억지스럽다는 혹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과 달리 총기 소지가 금지되고 단일민족국가로 비교적 사회적 분쟁이 적으며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역시 하루가 멀게 묻지 마 살인, 폭행, 보복운전 등의 잔인한 범죄들로 헤드라인이 도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도 영화 속과 같이 그 범죄의 피해자는 레이첼과 같이 무고하고 힘없고 평범한 인물이기에 영화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됩니다. 이렇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추악한 민낯들을 영화는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1. 불안정한 현대인의 모습: 해체된 유대관계 속 일반인과 범죄자
21세기 현대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디지털 기기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이에 따라 인간 삶에서 ‘공동체’보다 ‘개인’이 중요시되기 시작했죠.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1인 문화 트렌드 등은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공동체, 유대관계가 해체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을 품어주는 편안한 가족, 친구, 이웃 공동체는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편리해졌지만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박탈감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며 인간소외현상, 가정불화, 빈부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주인공 레이첼 역시 불안전한 현대 사회인입니다. 그녀는 사랑하던 남편과의 불화를 겪고 이혼 소송 중이며 아들 카일을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혹시 이러한 가정사에 상처 받지 않을까 항상 눈치 보고 눈높이가 맞지 않아도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아들뿐 아니라 그녀는 골칫거리 남동생 부부도 혼자 부양하고 있으며 몸이 아파 요양원에 모신 어머니 역시 홀로 부양 중입니다. 그녀에게 가정이란 행복하고 편안한 공동체가 아닌, 부양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부담스러운 집단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범죄자 더 맨입니다. 레이첼과의 사건 전 날, 그는 전 부인의 일가족을 살해하고 방화한 악질 사이코패스 범죄자입니다. 그가 분노하며 뱉어낸 대사들을 조각해보면, 그는 회사에서 강제로 해고되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버림받아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세상을 증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레이첼의 행동은 너무도 무례하고 분노를 촉발했기에 자신의 범죄는 정당하는 논리를 펼칩니다. 그의 모습은 2000년대 전후로 새롭게 등장한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범죄 역시 사회변화에 따라 새롭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개인적 관계에서의 원한, 치정, 빈곤 등이 범죄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현대 범죄는 방대한 규모와 더불어 그 내용이 더욱 잔인하고 극악무도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등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범죄자들이 등장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은 유대관계가 끊어진 사회 속에서 등장하여 타인에 대한 죄책감, 공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고한 불특정 사회적 약자를 향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이를 정당화합니다.
2. 현대 기계들의 이중성
현대사회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TV 등의 기계들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이미 현대인의 삶에 깊숙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편리함’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통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은 소통을 하고,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하고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기계들의 사용은 더 큰 편리함, 신속성에 집착하는 인내심 없고 게으르며 현실 문제에 둔감한 인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다양한 장면들에서도 이로 인한 불편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카일의 학교는 평소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목적지입니다. 하지만 출근시간에는 1시간 넘게 걸리곤 합니다. 이미 편리함을 알고 있는 레이첼에게 출근길의 교통체증은 너무나도 짜증 나고 괴롭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레이첼의 짜증은 전 세계 모든 운전자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감정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평소 온화하고 느긋한 사람도 자동차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하고 거친 사람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영화내용 속 거리 위의 언쟁, 난투극, 보복운전 등의 사건들은 자동차가 편리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살인의 도구로 변질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손에 쥐지 않으면 금단현상까지 겪게 만드는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 통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전화기’을 넘어서 SNS, 인터넷 서핑, 폰뱅킹, 음악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폰’은 21세기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발명품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악플, 중독 등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극 중 사이코패스 남성은 레이첼의 스마트폰을 통해 그녀의 모든 지인정보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폰뱅킹으로 그녀의 전 재산을 가져갈 수 도 있다는 협박까지 합니다. 모든 정보와 기능의 집합체인 만큼 개인정보의 노출과 분실의 위험이 큰 실상을 잘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앤디가 사이코패스 남자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할 동안 이를 방관하며 사진을 찍는 카페 손님들, 레이첼이 사이코패스의 추격을 당할 때 옆 차의 운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이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 속의 짧은 장면들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출들은 스마트폰의 얼마나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무감한 사람이 되게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극 중 크게 작은 다양한 장면들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 현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 스릴 공포영화를 넘어 우리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본다면 더 의미 깊은 영화감상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느끼는 현대사회의 세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활밀착형 공포’의 전형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언힌지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