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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SU Oct 20. 2020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마드리드 모던걸>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

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10월도 벌써 반이나 지나가고, 2020년의 끝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독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올해의 키워드를 몇 가지 뽑아 본다면, 그중 하나는 ‘넷플릭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넷플릭스와 같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호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넷플릭스 국내 결제액이 462억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이를 증명하는데요. 넷플릭스의 인기와 더불어 스페인 드라마 또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그중 스페인 드라마가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전개, 그리고 매력 있는 스페인어 발음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종이의 집>, <엘리트들> 등의 작품이 굉장히 유명하죠. 오늘 소개해드릴 스페인 드라마 역시 인기 있는 드라마지만, 위에 언급한 드라마보다 화제성이 덜하다는 것에 저는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재미와 감동,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웰메이드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큰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바로 <마드리드 모던걸>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여성을 장식품 취급하던 시대, 강단 있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한줄평만 들어도 어떤 드라마일지 조금 짐작이 가시죠? 최근 시즌 5, part2로 막을 내린 <마드리드 모던걸>은 소위 말하는 ‘매운맛’ 드라마입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고, 거짓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내용에도 개연성과 재미, 감동을 모두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주인공들의 성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므로, 인물 소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우선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시즌1 초반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하였으니 참고 바랍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20년대 스페인입니다. 당시 여성들은 참정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알바는 친구 히메나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려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돈을 훔쳐올 것을 협박당합니다. 당시 마드리드에는 전화국이 설립되는데, 전화 교환원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전문직이었다고 합니다. 전화국은 마침 많은 인력을 구하고 있었고, 금고엔 훔칠 돈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알바는 전화국에 취업해 돈을 훔칠 계획을 세웁니다. 신분을 노출할 순 없기에, 전화국에 면접을 보러 온 ‘리디아’라는 여성에게 직원 행세를 해서 이름을 알아낸 뒤, 거짓말로 그를 돌려보내고, 본인이 대신 ‘리디아’ 행세를 합니다.

거짓 신분으로 시작하는 드라마라니, 얼마나 긴장감이 넘칠지 예상이 가시나요? 그런데, 교환원들의 입사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전화국의 이사가 20년 전 불의의 사건으로 헤어지게 된 첫사랑 ‘프란시스코’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프란시스코는 단번에 리디아(알바)를 알아보지만, 리디아는 놀란 감정을 숨기고 시치미를 뗍니다.

리디아는 알바와 리디아 사이에서 프란시스코와 위태로운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 리디아를 흔드는 또 한 명의 남주인공 후보가 등장합니다. 바로 프란시스코의 절친한 친구이자, 전화국 회장의 아들인, 까를로스입니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처럼, 누가 리디아의 남자가 될 것인지가 초유의 관심사였는데요. 이 세 사람의 위태로운 삼각관계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앞서 말씀드렸듯 <마드리드 모던걸>은 여성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드라마입니다. 시즌이 적지 않은 만큼, 엄청난 사건들 속에서 점점 성장하고 변해가는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리디아와 프란시스코, 까를로스의 삼각관계 또한 너무나 흥미롭지만, 저는 리디아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럼 <마모걸>의 다섯 주인공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알바 (리디아)

알바는 앞서 말씀드렸듯, 신분을 속이고 교환원으로 취직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입사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했었던 프란시스코와 재회하며 흔들리고, 곧 ‘앙헬레스’, ‘까를로따’, ‘마르가’라는 친구들도 생겨 버립니다. 애초에 거짓 신분을 가진 리디아가 친구들을 속인다는 죄책감, 돈을 훔쳐야 한다는 불안감을 이겨내고 어떻게 일을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2.   까를로따

까를로따는 대령의 딸로, 풍족하게 자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엄하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잘 다듬은 분재처럼 자라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까를로따의 일과 꿈을 무시하고, 끊임없이 일을 그만둘 것을 강요하며, 심지어는 손찌검을 하고 집에 가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까를로따는 이런 일에 굴복할 인물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강단 있으며, 일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집 담벼락을 넘는 일쯤은 서슴없이 강행합니다. 여러모로 가장 용기 있고 솔직한 인물을 꼽자면 까를로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까를로따는 한 인물을 만나며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맞닥뜨립니다. 그 인물이 누구인지는, 드라마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 


3.    마르가

마르가는 시골에서 마드리드로 갓 상경한 풋풋한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복잡한 도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단단해지는 인물입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기에 저 또한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전화국에서 일하는 파블로와 교제하는데, 귀엽고 사랑스러운 커플이라 감정 소모가 큰 <마모걸>에서 숨 돌릴 곳이 되어줍니다.


4.    앙헬레스

앙헬레스는 다른 친구들보다 전화국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베테랑 교환원입니다. 회사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제안받기도 하는데, 앙헬레스의 커리어에 방해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남편, 마리오입니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며 일을 관두고 내조하는 것만이 덕목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앙헬레스를 끊임없이 회유합니다. 그런 마리오는 사실 프란시스코의 비서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을 그만두기를 종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들키지 않고 마음 편하게 바람피우려는 의도입니다. 게다가 앙헬레스에게 폭언과 물리적 폭력을 서슴지 않습니다. 앙헬레스는 과연 이 인간 말종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일과, 딸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5.     사라

사라는 교환원 친구들의 상사입니다. 깐깐해 보이지만 인간적이며, 깨어 있는 사람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사라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드리드 모던걸은 처음부터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가난한 여성이든, 돈이 많은 여성이든 원하는 것은 결국 ‘자유’라고 말합니다. 여성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그리고 서로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합니다.

현대의 여성들은 참정권도 가지고 있고, 1920년대의 여성들보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리디아, 앙헬레스, 까를로따, 마르가, 사라가 본인들이 가진 것을 포기해가면서 간절하게 원했던 것들이 오늘날 완벽히 이루어졌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시대와 비교하면 평등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만하면 나아졌다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가장 극심한, 압도적인 1위 국가입니다. 성별 간 임금격차가 양성평등을 평가하는 지표임은 학술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죠. 동일 직종, 동일 직급에서도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임금의 67.5%만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유리천장과 유리 절벽이 존재하고, 여성의 결혼과 출산은 일을 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박이 되곤 합니다. 저출생의 문제를 여성에게 돌리며 ‘출산율’을 높일 것을 홍보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이 생길까 걱정해야 합니다. ‘경단녀’라는 단어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 사회가,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이 사회는 여성에게 일과 가정 모두를 완벽하게 챙기는 ‘슈퍼우먼’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마드리드 모던걸>의 모든 이야기가 막을 내린 뒤 나오는 문구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껏 싸워왔고,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 위에서 여전히 평등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마드리드 모던걸>의 교환원들처럼, 연대하고 응원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볼 수도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마드리드 모던걸> 추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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