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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May 18. 2024

별거 없는 동네 마실

#치앙마이 일년살기

유튜브를 보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플 때가 있다.


치앙마이에 살며 종종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치앙마이 관련 영상이 많이 뜨는데 썸네일만 봐도 시끄럽다. 자극적인 컨텐츠 생산을 위해 여행 유튜버들은 참 부지런히도 치앙마이 곳곳을 돌아다니고 맛집, 볼거리를 추천한다. 무한 경쟁 시장에서 다들 고생이 많다.


때로는 밖에 한 번도 안 나갈 때도 있는 치앙마이 주민으로서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치만 내가 좋아하는 치앙마이의 모습은 그냥 조용한 동네 풍경인 거고 유튜브 속 자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모습이다.


오랜만에 로컬 동네의 어떤 카페를 찾았다. 원래는 노점으로 하던 곳이었는데 건너편 가게로 이전을 했다. 이전을 하고서는 찾아가지 않다가 이제야 가봤다.


라이트 로스팅 원두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역시 맛있다. 라이트 로스팅은 산미가 강한데 산미가 강하면서도 풍미가 있어서 커피가 아니라 와인 같은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다. 금주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음료는 술 생각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산티탐에 위치한 magic brew 카페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40바트인데 내 기억으로는 노점으로 운영될 때와 가격이 동일하다. 관광지에 위치해 있고 에어컨이 나오는 가게라면 70바트 정도 할 건데. 나는 일부러 동네에서 하는 이런 작은 카페를 찾아다닌다.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고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는 금액은 비싸지만 맛은 별로인 데다가 직원 접객도 형편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타 감성이라는 카페들은 거의 대부분 나랑 맞지 않는다. 하하하하.


가게에 앉아 바로 앞 도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참, 전형적인 태국 로컬 동네의 모습이다.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지나가고 도로 바로 옆에는 노점이 있어서 한켠에서 요리하는 냄새가 길가에 가득하다. 위생적이지는 않겠지만 이것이야말로 태국의 로컬 감성이다. 전선은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녹색이 푸르른 나무들이 배경처럼 서 있다. 태국 전역에서 이런 전선을 도로 아래로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데 동네 안쪽까지 공사를 해줄지는 모르겠다.



풍경을 보면서 멍 때리는데 카페에 있던 손님들과 주인장이 합세하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낭만 대잔치인가. 노래는 주인장이 불렀는데 태국식 락발라드였다. 노래를 그... 렇게까지는 잘 부르지는 못...못 하는 편이었지만 그럼 어떠랴. 모든 K직장인들의 로망과도 같은 삶을 실현하고 있는 카페 주인장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 손님 두 명은 갑자기 물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수화물 가방을 샀는데 15,000바트여서 비싸다고 생각했단다. 아니 본인이 샘소나이트 브랜드로 샀으니까 비싸지...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게 사는 거지 뭐.


치앙마이에 살면서 정말이지 별다른 건 하는 게 없는데 이렇게 근처 동네를 구경하면서 유유자적하는 게 일종의 낙이랄까.

 

카우만까이(닭고기 덮밥) 귀신인데 괜찮은 가게를 찾아냈다. 역시나 그냥 동네 한 구석탱이에 위치한 작은 가게다. 원래 다니는 단골가게는 카우만까이만 있어서 메뉴 선택의 폭이 좁은데 이 곳은 카오소이(카레 국수랄까)까지 같이 팔아서 좋았다. 맛은 이 정도면 훌륭하다. 두 그릇을 시켜서 먹었는데 가격은 90바트, 한화 3600원 가격. 


요즘 느끼는 것은, 유튜브에 나오고 관광객이 줄을 서 있는 곳을 피하기만 해도 성공(?) 같다는 것이다. 


*굳이 찾아갈 필요까지는 없다~!! 숙소 근처라면 추천.

동네 단골 카페에 커피를 시켜두고 앉아 있는데 아이스크림 트럭 할아버지가 지나갔다. 가사가 없는, 꼭 지하철 안내방송 나오기 전에 나오는 노래 같은 노래를 틀면서 지나다니는데 지나가시는 것을 불러 세워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는 것도 재미있다. 


치앙마이가 왜 좋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이런 소소한 동네의 풍경 때문이었노라 말할 것이다. 언젠가는 지나간 추억으로 말할 날이 오겠지. 그 전에 더 열심히 풍경을 마음 속에 담아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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