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금주를 300일이나 해내고 있는지금, 나는 치앙마이에 오기로 한 결정에 감사한다.
퇴사를 하고, 치앙마이에 오고, 공황발작과 우울증을 겪었기 때문에 술을 끊을 수 있었다.
요즘은 나의 조상님 중 누군가가 나를 가엾이 여겨서 나를 치앙마이로 보내고 공황발작은 덤으로 겪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애가 잘 웃어서 집 안에 복이 오겠구나'라고 하셨다는데 그 할아버지가 나를 여기 보낸 건가 상상해 본다.
금주가 쉬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집도 구하고 오토바이도 사고 태국어 수업도 듣는 등 바쁘게 지냈지만 그 과정이 끝나고 치앙마이 생활이 집처럼 익숙해지자 순간순간 술에 대한 욕구가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더군다나 치앙마이는 술이 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술을 함께 마시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공황발작이 너무도 끔찍했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그 증상은 공황발작 못지않았기에 술에 대한 욕구를 참아낼 수 있었다. 술을 마시면 그 증상들이 더 심해질 것이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술을 안 마셔도 종종 우울증 증상에 시달리는데 술까지 마셨으면 나는 치앙마이 어디에선가 변사체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강한 표현을 쓰는 건 그만큼 앞으로도 술을 멀리 하겠다는 의지의 반증 정도로 봐주시길)
*참고로 최근에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덜 자극적이게 먹는 중인데 이러니까 술 생각이 더욱 안 난다.
뭔가를 계속하면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고 하는데, 이제는 확실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치앙마이에서 뭐 했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술 끊기를 했습니다'라고 말할 참이다.
잘했다. 장하다. 잘하는 중이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있는 사원에 놀러간다. 스님의 법문 외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는 고양님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