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당 Jun 19. 2024

경축 금주 300일

#치앙마이 일년살기

두둥, 오늘은 금주를 시작한 지 300일이 되는 날이다.


치앙마이에서의 일 년이라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금주를 300일이나 해내고 있는지금, 나는 치앙마이에 오기로 한 결정에 감사한다.


퇴사를 하고, 치앙마이에 오고, 공황발작과 우울증을 겪었기 때문에 술을 끊을 수 있었다.


요즘은 나의 조상님 중 누군가가 나를 가엾이 여겨서 나를 치앙마이로 보내고 공황발작은 덤으로 겪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애가 잘 웃어서 집 안에 복이 오겠구나'라고 하셨다는데 그 할아버지가 나를 여기 보낸 건가 상상해 본다.


금주가 쉬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집도 구하고 오토바이도 사고 태국어 수업도 듣는 등 바쁘게 지냈지만 그 과정이 끝나고 치앙마이 생활이 집처럼 익숙해지자 순간순간 술에 대한 욕구가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더군다나 치앙마이는 술이 한국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술을 함께 마시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공황발작이 너무도 끔찍했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그 증상은 공황발작 못지않았기에 술에 대한 욕구를 참아낼 수 있었다. 술을 마시면 그 증상들이 더 심해질 것이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술을 안 마셔도 종종 우울증 증상에 시달리는데 술까지 마셨으면 나는 치앙마이 어디에선가 변사체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강한 표현을 쓰는 건 그만큼 앞으로도 술을 멀리 하겠다는 의지의 반증 정도로 봐주시길)


*참고로 최근에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덜 자극적이게 먹는 중인데 이러니까 술 생각이 더욱 안 난다.


뭔가를 계속하면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고 하는데, 이제는 확실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누군가 나에게 '치앙마이에서 뭐 했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술 끊기를 했습니다'라고 말할 참이다.


잘했다. 장하다. 잘하는 중이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있는 사원에 놀러간다. 스님의 법문 외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는 고양님을 만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