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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Jul 24. 2024

줘 터짐의 미학

#치앙마이 일년살기

오늘은 무에타이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하다가 무릎을 조금 다쳤다.


나는 키 167cm의 여성, 나머지는 다 남성.


나보다 키는 15cm가량 더 크고 몸무게는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덜 나갈 것 같은 어린 남성과 스파링을 하다가 정강이 보호대 사이로 무릎이 부딪혔는지 꽤나 아프다.


이건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 fact인데 내가 남성들과 동등하게 스파링을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그나마 조금 해보려면 아예 기술이 없는 초보자와 하거나 나보다 적어도 20kg 정도는 덜 나가는 남성과 붙어야만 한다.


그게 아니고 나보다 키가 크고 체중도 비슷하다면 내가 속수무책으로 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파링을 한 친구는 세상 천사 같은 성격의 스윗한 청년이지만 스파링만 하면 눈이 뒤집혀버리는지라 힘 조절을 못해서 오늘 꽤나 여러 번 나에게 거센 킥 공격을 작렬시켰다. 나도 중간에 살짝 화가 나서 힘을 실어 공격했는데 그 공격을 하다가 무릎을 다쳐버린 것 같다. 그마나 내가 여성으로 치면 헤비급이라 남성분들의 공격을 받아도 어느 정도는 버티는 편이다.


나의 스파링이 끝난 후, 100kg 정도 나가는 헤비급의 코치가 시합을 준비하는 예비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 정말 체급이 깡패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스피드는 느릴지언정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어지간한 공격은 그에게는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그는 '어디 모기가 물었나?'와 같은 반응이다. 반면에 그는 별로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약간씩 힘을 실어서 펀치나 훅 공격을 하는데 상대방은 쉽게 나자빠져 버린다. 특히 오늘은 일부러 작정한 듯 세게 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 결국 한 청년은 코피가 터지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코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일평생 무에타이를 해온 뼛속까지 낙무아이(무에타이 선수를 일컫는 태국어)고 시합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강한 스파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렇게 체급이 높은 사람과 강도 높은 스파링을 하고 나면 나와 같은 체급의 사람과 스파링이 더 쉽게 느껴진다.


나 같은 경우는 남성들과 스파링을 하다가 여성들과 스파링을 하면 아주... 매우 쉽다.  


나보다 체급이 높은 사람에게 얻어터지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부질없고, 웃겨 보이는 모습일지 몰라도 터지는 사람은 과정을 통해서 확실히 성장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 힘든 회사생활 역시 그저 나보다 체급이 높은 사람과 스파링을 했던 것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고통과 얻어터짐은 결코 부질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번에 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찾아와도 '나는 스파링을 하면서 이미 다 경험하고 연습을 해본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무릎이 꽤나 아픈데 내일 또 스파링을 한다고 하니 내일은 나도 제대로 된 공격을 하나 꼭 성공시켜 봐야겠다.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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