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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애프터 치앙마이

by 송송당

창업 준비를 위한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중이다.


정부 지원으로 진행하는 교육이라 퀄리티가 그닥 높지는 않다. (왜? 교육운영사들의 정신 상태가 그렇다. 정부 자금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우리의 세금이 이렇게 낭비되는 중이다.)


앱개발+창업에 대한 커리큘럼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앱개발 수업은 너무 별로라 다른 회사의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는 중이다. 창업에 대한 커리큘럼은 팀원들끼리 대화하는 것이 전부다. 결국 수강생들이 알아서 하고 회사는 수강생들 하는 걸 구경하다가 과정이 끝날 것 같다. 그리고 회사는 수강생 당 2천여만 원을 고용노동부로부터 받게 되는데... 물 팔아서 돈 번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여튼 나는 지금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기에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교육 과정에 임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여러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나에게 묘한 활력소로 작용한다.


내가 심리상담을 받으며 정신과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을 모르는 동료 수강생들은 나를 보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여유로워 보인다'와 같은 말을 종종 한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사업기획 분야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니 나의 정신상태가 좋은 방향으로 고양되고 있음을 느낀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수업에서는 매일아침, 팀원들이 알아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주는 영상이나 글을 찾아서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다. 오늘은 내가 보고 싶어서 다음의 영상을 볼 것을 제안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GqBKhGEz8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의 대담 영상이다. (현재는 LoveFrom이라는 회사를 이끄는 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이 시기에 내가 딱 봤어야 하는 영상이었다.


그는 일에 그만의 철학을 담아서 일하는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타이 같이 사소한 것을 디자인할 때도 이것을 풀어볼 고객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편리를 위해 디자인하고 이렇게 일하는 것을 '사랑과 정성을 담아 일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가 이끄는 현재 회사의 이름이 LoveFrom일지도)


일에 애정을 담아 일하고, 이를 위해 조직 문화도 만들고, 사람을 숫자와 통계로만 보지 않는 등 구구절절 그는 나의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는 말을 했다.


아주 어렸을 때, 너무 잔혹한 아빠에게 이솝우화의 햇살과 비바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이지 비바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초등학생인 내가 당시 40대 초반이었을 아빠에게 하면서 일종의 하소연을 했다.


돌아오는 것은 짜증과 비난이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회사는 아빠의 품과 별반 바를 바가 없었다.


숫자가 최우선이었고 나의 마음은 종종 무시되었다.


제발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려면 결국 내가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깨달은 것의 전부다.


그래보려고 나선 참에 조너선 아이브라는 남자에게 큰 위로를 얻었다.


할 수 있겠지.


해 내면 되겠지.


나도 부디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업가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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