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오랜만에 술자리에 참석했다.
참고로 나는 금주 2년 차다. (아직 정확히 2년은 아니고 한 달만 더 지나면 2년이다)
피곤했기에 가지 않을까도 하다가 사람들과의 대화가 고파서 참석했다.
결과는?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끝까지 남아있었다.
제로펩시 두 캔 정도를 3시간 동안 홀짝거리면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내 앞에서 소주 혹은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취해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묘했다.
이전의 나였다면 저들보다도 더 빠르게 취하고는 헛소리를 지껄였을 거다.
사람의 정에 고프고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술을 마셨음에도 그 마음을 100% 드러내지는 못하고 빙빙 돌려 말하면서 결국에는 잠들거나 토했을 거다.
이 날의 나는 왜인지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고 이건 2년간 금주를 하고 내 자신을 돌본 결과라고 느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이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치가 충분하니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나이가 들었구나 싶으면서도 꽤나 좋은 기분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술을 마시라고 권하거나 꼰대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지도 않았고 웃으며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상이 있을 때는 루틴을 만들어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의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1시간 단위로 루틴을 소화하고 10시 즈음에 잠자리에 든다. (10시에 바로 잠은 못 자도 잠자리에는 들고 핸드폰도 멀리한다)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아도 그냥 자동반사적으로 루틴을 소화한다.
이럴수록 점점 공황발작 같은 증상들과는 멀어진다.
왜 사는지 모르겠는 하루도 잘 보낸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술에 취한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잘 놀다가 들어왔다.
그다음 날 숙취도 없다.
이게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