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일년살기
아름다운 미소의 나라 태국, 그러나 운전을 할 때 보면 용맹한 파이터가 따로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오토바이건 차량이건 내 옆 10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지나쳐간다. 차량은 그래도 덩치가 있어서 그렇게까지 빠르게 치고 들어오지 못하는데 오토바이는 마블 유니버스의 퀵실버에 버금갈 정도로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서 간담이 서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토바이들이 칼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게 운전인지 서커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어림잡아 60km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지그재그로 빈틈을 찾아 치고 나가는 모습을 하루에도 수십 번 마주친다. 그게 그렇게까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제 결국 오토바이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천천히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가고 있었는데 뭔가 도로 위에 파편이 떨어져 있고 왼쪽으로는 낡은 자전거가 쓰러져 있었다. 왜 도로에 자전거가 쓰러져있지라고 의아하던 찰나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니 남성 한 명이 도로 중앙에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주위에서 행인들이 남성을 둘러싸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남성이 누워있는 곳에서 몇 미터 떨어진 앞쪽으로는 사고가 나서 반파된 오토바이가 나뒹굴었다. 쓰러진 남성은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추측하건대 칼치기를 하면서 운전 중이던 오토바이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자전거를 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었다. 평소에 태국 운전자들이 오토바이로 곡예운전이나 과속운전을 하는 것을 보면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까 그런 그림이 눈앞에 그려졌다.
태국은 하나의 도로를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심지어는 행인까지도 함께 사용한다. 인도, 자전거 도로가 구분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혼돈의 카오스 속에 질서는 존재하고 서로서로 방어운전을 하면서 다들 별 탈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어떻게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몇 초라도 기다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뉘앙스랄까.
사고를 목격한 후 한 동안은 간담이 서늘하여 평소에 룰루랄라 편하게 가던 길에서도 급 긴장을 하면서 운전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후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매일 큰 사고와 죽음의 확률게임을 통과하는 것이겠구나.
머리 속에 번쩍, 번개가 치고 지나갔다. 운 좋게 확률게임을 통과해 즐기고 있는 이 삶이, 매일 매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구나. 카르페 디엠,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큰 파도처럼 나를 집어 삼켰다. 누군가의 끔찍한 사고를 통해 이득을 얻다니, 왜인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그저 사고자의 무사함을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