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진 금단의 정원

창덕궁 후원

by 복수초


방문일자 2024.07.11


문화유산 덕후로서 좋아하는 문화유산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장소들을 꼽을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창덕궁 후원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한국적인 조경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계절감을 정말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후원은 서양식 조경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원'이라는 용어로 지칭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조경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원림'이라는 용어로 지칭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눈에 보기 좋게 가꾼다는 느낌보다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연의 일부분인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이 창덕궁 후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중들에게 원림이라는 용어는 매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정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다.


후원은 계절의 정점에 맞게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 듯하다.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새순의 조합이 일품인 봄 초중반, 물철쭉과 신록의 조합으로 눈이 행복해지는 늦봄, 녹음이 우거지고 원추리가 반겨주는 여름, 색색의 단풍에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 정자 지붕과 연지에 소복이 내린 흰 눈에 마음이 절로 깨끗해지는 겨울까지… 이런 이유로 계절의 정점에는 꼭 후원을 가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후원을 갔다 와야 비로소 그 계절을 알차게 잘 즐겼다는 만족감을 얻게 되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총 10번 정도 후원을 다녀온 것 같은데, 정말 모든 계절에 특유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서 어느 계절의 후원이 가장 아름답냐는 질문을 한다면 난 대답 못할 것 같다…


올 7월에는 녹음의 정점을 즐기고자 후원을 다녀왔다. 앞서 말했듯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후원도 정말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나무가 우거져서 그늘이 많기 때문에 덜 덥기도 하다. 종종 강렬한 주황빛의 원추리도 보이는데 내가 좋아하는 꽃이라 참 좋다. 계절학기 중간고사가 끝나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이 생겨 일종의 자축 느낌으로 바로 다음날 후원 표를 예약해서 후원으로 향했다.




시작 지점부터 녹음이 반겨주는 후원

후원의 진입로는 우거진 녹음이 정말 일품이라 걷는 내내 고개를 들어 푸른 녹음의 물결을 바라보게 된다. 뭔가 눈이 편안해지는 풍경이라고나 할까. 도시의 빌딩과 아스팔트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에게는 가끔 이러한 녹음의 선물을 선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렇듯 후원의 탐방로는 나무가 굉장히 우거져서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인데, 이렇게 녹음이 우거진 진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천원지방의 사상을 반영한 아름다운 부용지 일원을 만나게 된다.




부용지 건너편에서 바라본 어수문, 서향각, 그리고 주합루

언제 보아도 감탄이 나오는 부용지 일원의 풍경이다. 부용지 일원에는 사각형 연못인 부용지를 중심으로 부용정, 사정기비각, 어수문, 서향각, 주합루, 그리고 영화당이 자리 잡고 있다. 부용지 건너편에서 어수문과 주합루를 바라보는 풍경은 늘 그림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어수문 주위의 생울타리인 취병 뒤편으로 물철쭉과 산철쭉이 만개하는 4월 중후반에 마주하는 풍경을 가장 애정한다.

부용정에서 바라본 어수문과 주합루

부용정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부용지 일원의 구도도 정말 멋있다. 사진 찍었을 때 굉장히 멋있게 나오는 구도인데 이상하게도 나만 알고 있는 구도 스팟인지 후원에 갈 때마다 이 구도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부용지 일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용정, 부용지 가운데의 둥근 섬, 어수문, 그리고 주합루까지 한눈에 담기는 구도라서 정말로 추천하는 구도이다.

사정기비각과 작고 둥근 섬 위의 늠름한 소나무

사정기비라는 비석의 명칭은 4개의 우물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부용지에 뚜렷하게 비친 사정기비각의 모습도 꽤 아름답다.

어수문과 주합루

어수문을 보면 가운데의 문은 크고 그 양 옆으로 작은 문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뻔하지만 가운데의 큰 문은 왕이 이용하는 문이고 양 옆의 작은 문은 신하들이 이용하는 문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어수문은 고사성어인 '수어지교'에서 따온 이름이고, 주합루의 1층은 조선 왕실의 서고인 규장각으로 사용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2층 누각의 1층이 규장각이고 2층이 주합루인 것인데, 지금은 이 누각 자체를 주합루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이 규장각의 역할을 이어받은 곳은 본인이 재학 중인 서울대학교의 연구기관인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다.

연꽃을 형상화한 부용정

보물로 지정된 부용정은 연못가에 핀 한 송이의 연꽃을 연상시키는 형상이라고 하여 '부용'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자인데, 실제로 두 다리를 연못에 담그고 있고 평면도의 모양도 변형된 '十' 자 모양이라 정말로 연꽃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는 그런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정자이다. 이런 아름다운 부용정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종종 부용정에서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정말로 행복한 왕이었으리라고 생각해보곤 한다.

천원지방 사상을 형상화한 부용지와 둥근 섬

영화당에서 내려다본 부용지 일원의 모습도 일품이다. 부용지, 부용정, 둥근 섬, 사정기비각, 우거진 숲, 그리고 푸른 하늘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풍경은 개인적으로 새순이 가득 올라오는 시기에 봄비가 내려 촉촉하게 젖은 신록의 빛깔이 일품인 4월 중반이나, 밤새 내린 순백의 눈이 소복이 쌓인 한겨울 아침에 바라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처음으로 눈 쌓인 후원을 봤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보았던 새하얀 부용지의 풍경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환상적인 기억으로 인해 그 이후로도 겨울에 밤새 눈이 내리고 다음날 날씨가 잔잔해진다 하면 바로 후원으로 달려간 경험이 종종 있다. 참 소중한 기억들이다.

영화당 현판

영화당은 부용지 일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데, 상당히 멋스러운 영화당의 현판 글씨는 영조의 친필이라고 한다. 이 영화당의 앞마당인 춘당대에서는 '춘당대시'라는 특별 과거 시험이 치러졌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 좁은 앞마당에서 과거 시험이 치러졌냐고 하겠지만, 과거에는 매우 넓은 앞마당이었다고 하고 이는 동궐도를 보면 자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조선시대 당시에는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 사이에 담장이 없었어서 춘당대가 상당히 넓었는데, 근대기에 들어서면서 춘당대를 가로지르는 담장이 설치되었고 이에 앞마당이 지금처럼 상당히 좁아진 것으로 추측된다. 근데 이건 나의 뇌피셜이라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아름다운 부용지 일원을 지나면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공간이 바로 연꽃이 아름다운 애련지 일원이다.




불로문과 운경거

애련지 일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바로 불로문이다. 통으로 된 하나의 석판을 깎아 제작한 불로문은 '늙지 않는 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왕의 불로장생을 기원하기 위해 제작된 석문이다. 그래서인지 후원을 방문한 어르신들께 가장 인기가 많은 조형물이기도 하다. 불로문을 통과하면 애련지 맞은편으로 단청 장식이 없는 소박한 2개의 건물이 보이는데, 이는 바로 정조의 손자인 효명세자의 개인 독서실로 사용되었던 의두합과 운경거이다. 궁궐 내에서 이러한 소박한 모습의 건축물을 찾아볼 수 있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상당히 독특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인 순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했던 효명세자는 세도정치기에 왕권 회복을 위해 상당히 노력한 총명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그래도 만약에 효명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역사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지울 수가 없는 것 같다.

연꽃과 수련으로 가득한 애련지와 애련정

후원의 여러 연지 중에서 가장 연꽃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연지를 고른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애련지를 들 수 있을 정도로 애련지의 연꽃은 정말 예쁘다. 연못 자체가 연꽃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지녀서 그런가? 아쉽게도 이날은 7월 초중반이어서 그런지 아직 연꽃이 피진 않았다. 내가 알기론 8월은 되어야 연꽃이 만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꽃이 만개한 애련지를 보고 싶다면 8월에 후원을 방문하는 걸 추천하는 바이다. 그래도 드문드문 순백의 수련이 피어 있어서 참 예뻤다. 정사각형의 평면도를 가진 애련정 역시 깔끔한 미감을 지닌 정자라 애련지와 잘 어울린다. 애련지 일원을 돌아보고 나서 발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관람지 일원에 도달하게 된다.




관람지 건너편에서 바라본 관람정과 존덕정

개인적으로 후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바로 이 관람지 일원인데, 그 이유는 뭐랄까... 계절감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부용지 일원, 애련지 일원, 그리고 옥류천 일원도 인공물과 자연지형의 조화가 잘 구현된 공간이기는 하나, 이 관람지 일원은 정말로 인공적인 조형물들이 자연 속에 한 치의 이질감도 없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고, 그래서인지 정자나 연지 같은 인공물보다는 자연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하게 되어 그 계절의 색감과 분위기를 가장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관람지 일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는 관람지에 400년 정도 된 오래된 밤나무가 있어서 정말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었는데, 안타깝게도 2년 전 여름에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가장 굵고 멋있었던 중심 가지가 부러졌다. 그래서 위의 사진에서도 밤나무 중심가지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멋진 가지가 존덕정과 관람정 위로 뻗어나가는 그런 형상이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자연의 순리이니 받아들여야겠지... 어쩌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한국 전통 조경의 가치관을 가장 잘 반영한 이곳 창덕궁 후원에서 400년이라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폭풍우에 밤나무 가지가 부러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녹음 속의 승재정

초록색으로 우거진 수목 사이에 드러나는 단정한 승재정의 자태는 여름의 후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다.

내가 후원에서 가장 애정하는 풍경

관람정을 지나 존덕정 근처에 이르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작은 돌다리가 있는데, 이 돌다리 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는 관람정과 관람지의 풍경은 내가 후원에서 가장 사랑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도로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계절은 바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말이다. 그렇지만 녹음으로 가득한 여름의 관람지도 너무나 아름답고,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온 세상이 순백으로 가득한 한겨울의 관람지도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예쁘다.

수련이 핀 관람지와 관람정

예전에는 관람지에 수련이 없었는데 이날 가보니 관람정 쪽 연지에 수련이 가득 심어져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었다.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독특한 평면도를 자랑하는 아담한 정자로,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저 관람정에 편하게 누워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재 보호 규정 상 이 버킷리스트는 아마 이번 생에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녹음이 절정에 달한 관람지 일원의 싱그러운 풍경

이 돌다리 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는 관람지 일대의 풍경은 어느 계절이든지 절로 감탄을 이끌어낸다. 이날은 우거진 수목과 풀들이 발산하는 청량한 초록빛깔이 뜨거운 여름 햇살과 어우러져서 가히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독특한 형태의 격조 높은 정자인 존덕정

창덕궁에서 유일하게 겹지붕을 취한 건축물인 존덕정은 그 형태가 매우 독특한 육각형 평면도의 정자인데, 인조 통치기에 지어졌기에 관람지 일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폄우사 전경

존덕정 옆에는 맞배지붕을 취한 폄우사라는 아담한 건물이 자리해 있는데, 효명세자가 자주 머물던 독서채라고 한다. 폄우사라는 이름은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래는 관람지 일원을 보고 나면 후원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옥류천 일원으로 향한 뒤에 연경당으로 향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더위가 가장 심한 여름의 일정 기간과 추위가 가장 심한 겨울의 일정 기간에는 옥류천 일원이 관람 코스에서 제외된다. 옥류천 일원은 창덕궁 유일의 초가 정자인 청의정과 그 앞에 조성된 작은 논이 정말로 예쁜데, 벼가 익는 가을 초중반에 가서 보면 특히나 아름답다. 그러나 내가 방문했던 이날은 옥류천 일원을 관람하지 않는 기간에 속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로 연경당으로 향했다.




연경당의 사랑채와 선향재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의례를 치르고자 지었는데, 현재 우리가 보게 되는 연경당은 나중에 고종이 새로 지은 것이기에 창건 당시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사대부집 형태로 지은 연경당은 남녀 공간을 분리하여 사랑채와 안채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고, 단청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사대부집 형태를 차용한 것이지 실제 사대부집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사대부집에는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가묘가 없다. 서재 겸 응접실 역할을 수행하는 선향재는 지붕 위로 도르래식 차양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참나리의 개화

참나리는 원추리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여름 꽃 중 하나인데, 이곳 연경당에도 참나리가 예쁘게 피어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연경당의 단풍나무

가을이 되면 위 사진 속 단풍나무가 짙은 선홍색으로 물들면서 아름다움을 발산할 텐데,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여름날의 초록빛 단풍나무도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연경당을 나서서 애련지를 향해 고개를 틀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연경당을 나서면 직사각형의 아담한 연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연지 뒤편으로 저 멀리 보이는 연지가 바로 애련지이다. 이름 모를 이 직사각형 연지와 애련지를 함께 바라보는 구도에서도 상당히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부용지에서는 볼 수 없는 주합루의 뒷모습

원래는 연경당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면 조금 오랫동안 걸어서 창덕궁 궐내각사 쪽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후원 관람동선인데, 이날은 특이하게도 사정이 있었는지 원래의 관람동선과는 다르게 부용지 일원 뒤편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다시 후원 진입로로 합류해서 처음에 들어온 함양문 옆 후원 입구로 나오는 코스로 해설자 분께서 안내를 하셨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살면서 처음으로 주합루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고, 위에서 부용지를 내려다보는 구도도 처음 경험하였다.

후원의 담장

후원을 둘러싼 높은 담장을 보다 보면 새삼 이곳이 원래는 왕족 이외에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정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그래서 과거에 이곳은 후원이라는 명칭 외에 '금원'이라는 명칭으로도 자주 불리곤 했다. 지금에 와서는 나 같은 일반인들의 후원 관람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해서 녹음이 절정에 달한 여름의 후원 관람을 즐겁게 마무리했다.




예쁘게 피어난 원추리 꽃

후원 관람을 마치고 돈화문을 향해 걸어 나오는데 희정당 건너편에 노란 원추리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피어 있어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원추리는 주황색 원추리인데 이런 노란 색감의 원추리는 굉장히 오랜만에 봐서 상당히 반가웠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회화나무 꽃

금천교 앞에 자리한 작지만 기풍 넘치는 오래된 회화나무에는 꽃망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며칠 뒤면 만개할 것 같은 상태였는데, 사실 나는 만개한 꽃보다는 대부분 꽃망울로 가득하고 몇 개 정도만 활짝 핀 그런 개화 상태를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러한 회화나무 꽃 상태가 보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름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은 회화나무 노거수 군락

돈화문 뒤편 관람로 양 옆에는 수령이 300~4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오래된 회화나무 8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어서 상당히 아름다운데, 고개를 들어 바라본 회화나무 군락의 색감은 청량한 여름의 색감 그 자체였다.




이렇게 여름의 싱그러움을 두 눈에 가득 담은 채 창덕궁을 나섰다. 7월의 창덕궁 후원을 제대로 즐겼으니 이번 여름의 계절감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 도시에 살다 보면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지기도 하고 그 계절 특유의 감각적 질감을 오롯이 느끼지 못하고 계절을 떠나보내는 일이 잦다. 그렇기에 창덕궁 후원이라는 공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우리 현대인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곳이지 않을까 싶다.


봄이면 형형색색의 꽃들과 연둣빛 새순이 자연의 생명력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곳, 여름이면 우거진 수목의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 차는 곳, 가을이면 다채로운 단풍의 색감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절로 풍요롭게 해주는 곳, 겨울이면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새하얀 겨울왕국으로 변모하는 곳, 그곳이 바로 '창덕궁 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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