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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Dec 26. 2021

지방 공대생이 글 쓰는 이유

이과생이라고 글 쓰지 말라는 법 있나요


남자가 필라테스 복장을 입고 필라테스를 하면 이상한 건가. 선입견이라는 게 존재한다. 여자는 뭐, 남자는 뭐. 이런 식이다. 또한 문과 출신은 이런이런 과를 선택해야 하고, 이과 출신은 저런 과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당연하지 않다. 수학을 잘해서 이과를 갔고, 이과를 선택했기에 대학교도 공과계열을 선택했다고 해서 이 사람이 피아노 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 역시 없다.




우연히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

글쓰기 맛을 알다



나의 글쓰기 시작은 우연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재테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월급 이외 소득을 얻고 싶었고 투자를 통해 돈을 더 불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책을 집어 들었고 본격적인 자본주의 경제를 공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통해 광고수익을 통한 패시브 인컴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벌리는 그런 시스템.



처음에 이런 개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패시브 인컴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방법이 존재했고 그중 하나를 해보기로 하였다. 직접 해보아야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선택한 게 바로 '콘텐츠 생산'을 통한 패시브 인컴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블로그, 유튜브 등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본인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발행해야 했고, 그중 가장 쉽게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네이버 블로그였다.



블로그 아이디를 생성하고 블로그를 개설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멘붕이 찾아왔다. 뭔가를 써야 했다. 그런데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인 없는 터였다. 게다가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쫄보처럼 지내다가 그냥 아무 글이나 될 데로 되라는 식으로 뚝딱 글을 쓰고 발행해 버렸다. 당연히 초보 블로거 글이었기에 노출이 안되었는지 조회수가 바로 생기진 않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혹은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써내려 갔다.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와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좋아요가 생기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이었다. 창피할만한 수준의 나의 글을 그 누구도 보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누군가 내심 봐주고 좋아했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었다. 결국 누군가 봐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글 쓰는 재미를 더 느끼게 해 주었다. 스스로도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생기게 하는 좋은 선순환을 일으켰다.




문과생만 글 써야 하나?

이과생이면 뭐 어때



사회가 규정해 놓은 프레임에 스스로 구속할 필요는 없다. '너의 전공은 이거니까 이거 해!'라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자격 요건은 없다. 그 누구도 쓸 수 있다. 문과생들만이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는 것은 아니다. 나같이 독서와 오랫동안 멀어져 있었던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고, 이과적인 기질이 뼛속 깊이 뿌리 박혀 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그 누구도 머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글의 퀄리티가 낮아도 상관없다. 글의 퀄리티가 낮으면 그냥 사람들이 읽지 않을 뿐이다. 그로 인해 나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거나 경찰이 잡아가는 일은 없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분명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문과생보다 이과생이 심리적 진입장벽이 있는 건 사실이다. 평소에 계산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글을 사실에 근거한 논문 쓰듯이 쓰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결이 다른 글이다. 그래도 그 나름의 매력은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문학성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과생이 쓰는 짧은 문장 문장은 힘이 있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글을 쓸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이과생도 글을 쓴다

지방 공대생이 글을 쓰는 이유



글 쓰는 맛을 알고 나서부터는 나만의 감정과 나만의 글씨체가 서서히 확립 되어갔다. 글을 쓰기 전에는 존댓말로 글을 써야 할지 단답으로 글을 써야 할지도 고민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 자체가 없다. 그냥 쓴다. 그때그때 그 글의 성격에 맞는 글씨체를 가지고 쓴다. 또한 그 맛을 알고 나서부터는 나의 시각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았지만 지금은 생각이란 걸 하고 산다. 그저 잠깐 들었던 생각들이 그전에는 그냥 휘발되도록 방치했다면, 지금은 멀리 도망가기 전에 후딱 잡아서 노트에 남겨둔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그 소재로 글을 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변화가 생겨버린 것이다.



또한 독서를 많이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생길 거 아닌가. 머리에 든 것도 없는데 나올게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의무감 반, 재미 반으로 그전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기록하는 습관마저 생겼다. 그 문장을 곱씹고 나중에 내가 글을 쓸 때 맛깔나게 우려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나의 관점이 생기길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수동적이었다. 책이나 기사를 통해 접하는 여러 사람들의 시각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면,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나만의 관점이라는 것이 생기길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준에 의해서 무분별한 정보 흡수가 아닌 선별적인 정보 흡수가 이루어졌다.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고 당당하게 외출수 있게 된 것이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데. 나이가 다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시각이 생기다니 창피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말도 잘하게 된 것 같다. 이상하다. 독서를 더 많이 하고 글을 쓰는데 이게 무슨 말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저 많이 떠들어 대는 것과는 다르다. 나만의 생각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생각들이 정리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그전까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들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깊이 있게까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글을 쓰며 생각들을 정리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여러 주제와 이슈들에 대해 나만의 정리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표출되었다. 발음이 좋고, 목소리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런 정리된 생각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을 참 잘하시네요?'라고 느끼게 하는 것 같다.


'

어찌 되었건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하다. 그전까지 좀비처럼 살아가던 삶에서 거창하게 '목표가 생겼어요!'라는 삶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당장 내일 살아야 할 이유 정도까진 생긴 것 같다. 그전보다 훨씬 활기차게 삶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다. 수동적으로 뭔가를 하는 삶과, 스스로 필요에 의해 뭔가를 능동적으로 해 나가는 삶. 글을 쓰는 맛을 알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나의 삶의 지도가 바뀌어 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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