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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09. 2022

글쓰기도 배워야 하나요?

배우면 좋지만, 배우지 않아도.


무슨 병에 걸린 것 같다. 뭘 시작하더라도 학원을 등록하는 것이. 뭔가를 배우려고 하면 의식의 흐름이 학원이나 강의로 이어진다. 이건 도대체 무슨 병일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사교육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무언가에 의지하고 주입식으로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 이는 분명 병임에 틀림없다. 학원병.




시대가 바뀌었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글을 쓰고, 책을 읽어요?



난 이 시대에 태어난 걸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손바닥만한 기기 하나로 길을 찼고, 돈을 송금하고, 궁금한걸 바로바로 검색하고. 심지어는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실시간 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시대. 과연 내가 베이비부머 시기에 태어났더라면, 이런 물질적 편의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기가 짧아진다. 정말 다행이다.



출근길 지옥철을 타면 모두가 귓구녕에 무언가를 꼽고 다닌다. 어느 누구는 뚫어져라 휴대폰을 쳐다본다. 휴대폰에 모두 중독되어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보고, 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중 일부는 자기 계발에 대한 의무감에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책이 좋아 읽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으로 평가절하 받는다.



사실 종이책으로 텍스트를 소비하든, 휴대폰으로 텍스트를 소비하든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읽는다. 그렇기에 누구는 잘하고 있고, 누구는 잘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큰 맥락에서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읽으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시대가 점점 발전되면서 독서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사실 틀린 말이다. 오히려 증가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뉴스 등등 전자기기를 통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짧고 긴 텍스트를 소화하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소화를 하고 있기에, 과거에 종이책과 신문을 읽던 시기 대비 텍스트 소비량은 어마 무시한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종이에 꾹꾹 눌러가며 글쓰기 하는 사람은 뭐가 대단하고 삶이 정돈된 사람이다고 느껴진다. 종이에 글을 쓰는 사람만이 진정한 글 쓰는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글쓰기를 한번 해보라고 하면 손을 내졌는다. '저는 글 못써요!',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쓴 이후로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지만 틀린 말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었다. 카톡으로 친구에게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글을 쓰고 있었고, 기사에 댓글을 달때도 글을 쓰고 있었다. 인스타에 해쉬태그를 붙일 때도 우리는 글을 쓰고 있었고, 사진과 동영상을 설명하는 각주를 넣을 때도 역시나 글을 쓰고 있었다. 확실하다. 우리는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읽고, 쓰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글쓰기 강의 들을 필요 없다

이미 글쓰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분명 장르별로 글쓰기는 달리 해야 한다. 소설은 소설다운 문체를 가져야 하며, 에세이는 에세이 다운 문체를 가져야 한다. 자기계발 같은 실용서를 위해 글을 쓰는데 소설문체로 쓰는것은 분명 어색하다. 어떤 글이든 그 장르에 맞는 색이 존재하고, 그 색을 알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배워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학원을 등록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읽고 글을 써왔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못했던 정말 그렇게 살아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미 내몸은 알고 있다. 글쓰는 방법을. 그리고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는 있어도 쓸데없는 문장은 없다. 글의 맛이 있고 없고는 있어도, 글 자체가 질타를 받을만큼 잘못된 글은 없다. 그저 쓰고 싶은데로, 하고싶은말이 있다면 말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그게 바로 그냥 글이 된다.



독자가 있기 때문에 글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읽는 독자만 생각해서는 글을 쓸수가 없다. 부담되서 누가 쓰겠나. 두려움 때문에 글쓰기가 망설여 진다면, 그냥 자신을 믿어볼필요가 있다. 평생을 그렇게 읽고 써온 단련된 근육을 모두가 가지고 있는데, 그걸 그냥 한번 믿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생각보다 글쓰기를 잘할수 있는 훈련이 되어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익숙해지려면 연습하면 될터이다. 매일 매일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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