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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09. 2022

영어에 발목 잡힌 인생 이야기

이놈의 영어란...


맨투맨 영어. 성문 기본 영어. 정말 찢어서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었는데. 그러던 내가. '미국에서 혹시 살다 오셨나요?'. 지금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거 지금 칭찬인가? 면접 때 미국인에게 이런 피드백을 받고, 미국에서 회사생활까지 하게 되었다. 스피킹 시험도 쳤다 하면 만점이 나왔다.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영어 때문에 내 인생이 평생 발목 잡힐 줄 알았는데, 되려 영어 덕분에 인생이 꽃을 피워 버렸다. 돌이켜 보면 영어는 역시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악몽의 시작...

정말 싫다 영어



영어. 정말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쭉 살아갈 건데. 초등학교 때부터 알파벳을 배우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어를 시험과목으로 공부해야 했다.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다행인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 살면서 주변 동료들을 보니 자녀 영어 교육에 극성이다. 아직 나이가 한 자릿수인데도, 한국말도 어눌한데도, 영어를 모국어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어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씁쓸한 현실이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문법부터 시작하는 게 맞나? 단어부터 외우는 게 맞나? 듣기부터 해야 하나? 말하기부터 해야 하나?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막상 영어를 공부하려니 막막한 이 심정. 나만 그랬던 것일까. 외국인 한번 본 적이 없는 대구 촌놈이었는데. 언어적 재능은 없고, 그렇다고 암기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고. 암기력이 떨어진다면 시간을 남들보다 2~3배 투자하면 될 터였다. 그렇게 '뜯어먹는 중학 영단어 1,800자'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신의 한 수가 되어버린 책.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난 그냥 무식했고, 그래서 그냥 무식했다. 뜯어먹는 영단어를 하루에 한 쳅터씩 외워버리고 정말 찢어버렸다. 지나온 다리를 스스로 불태워 버리는 전술을 펼쳤다. 영어 시험 점수가 30점~40점 나오는데 달리 선택할 게 있겠는가. 그냥 외울 수밖에. 단어도 외우고 문장도 그냥 통째로 외워버렸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준비는 그냥 교과서를 한 줄 한 줄 모두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맨투맨 영어나 성문 기본 영어의 문법은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니 그냥 외우는 수밖에.



뭐, 한 장 한 장 외우고 책을 찢어버리다 보니 나름 재미도 생겼나 보다. 어느새 단어를 외우는 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무감각해지더니 심지어 성취감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어책을 내 분신처럼 들고 다녔다. 등굣길에도, 하굣길에도 지나가는 차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놈 마냥 중얼중얼거리며 외우고 다녔다. 단어라도 외우면 그나마 시험에서 평균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To부정사, 동명사 ing를 몰라도 단어를 알면 평균 이상의 점수는 맞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할까

암기를 하는 것도 지친다



결국 1,800 단어를 모두 다 외워 버렸다.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까지 모두 다 외워버렸다. 예시 문장도 외워버렸다. 무식하니 외워야지. 교과서도 외워버렸다. 책이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연필로 줄을 쳐가며 반복해서 외워버렸다. 단어장은 외우고 찢어버렸으니, 다시 복습해서 보려면 새로운 책을 사야 했다. 그렇게 3권을 같은 책을 사고 나서야 완벽하게 외웠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영어를 했으니, 시험 점수가 좋게 안 나올 수가 있겠는가. 결국 100점을 맞아 버렸다. 비법 따윈 없었다. 문장을 통째로 외웠으니, 빈칸 채우기 문제는 외운 문장을 선택하면 될 것이었다. 문법 문제도 외웠던 머릿속 문장에서 찾아 답을 체크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외운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 휘발되기 마련이고, 다시 채워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역행하며 걸어갈 때 가만히 서있으면 밀려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그나마 제자리에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느낌.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무식하게 영어공부를 하였다. 결국 한계를 느낀 것일까. 환멸을 느낀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공부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공부한다고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이렇게나 암기하고 공부를 했는데 외국인하고 대화는 할 수 있을까. 허망했다. 이렇게 까지 영어공부를 했는데, 막상 영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게 두려웠고, 대화 한마디 할 능력이 없었다.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진작 원어민 수준이 되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니,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공부해서는 영어를 말할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할수밖에 없었다. 이 교육제도 틀에서는 그렇게 해야 했다.



무엇이 문제 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단어를 외우는 학습법이 잘못된 것일까. 문법책으로 영어를 공부한 게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면 그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당최 어떻게 공부하란 말인가. 그 어떤 누구도 문법공부, 단어 암기 이외에 영어 공부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느덧 암기를 하면서 느껴왔던 성취감이 더 이상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지쳤다.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는 터였다. 마음이 지치고 몸이 지치니 영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증오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소리 영어와의 조우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린

영어학습법



그렇게 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영어에 환멸을 느낀 터라 영어를 인생의 쓰레기통으로 차 버린 상태였다. 몇 년간 외웠던 단어와 문법은 대학시절 신나게 술을 먹고 놀면서, 간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동시에 단어들도 함께 분해되어 사라졌다. 그간의 투자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그렇게 허망하게도 단어들은 점점 휘발되어 갔다. 영어책은 쳐다만 보아도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모두 쓰레기통으로 소각해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취직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큰일이었다. 낮아진 평점은 재수강으로 학점 세탁이 되었지만, 영어점수는 없던걸 만들어야 했다. 여느 취준생처럼 토익책을 샀고, 곧장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거짓말 한스쿱 보태서 오바이트가 쏠려 장기마저 휩쓸려 나오는 줄 알았다. 그만큼 증오했던 대상을 재회하는 순간 내 오장육부가 뒤틀렸다. 트라우마 같은 증세였다.



도저히 토익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암기식 영어공부에 환멸을 느꼈는데 다시 그걸 반복할 수 없는 터였다. 결과는 자명했다. 외우고 시험 치고 점수를 딴다. 그리고 점수가 만료되기 전에 다시 외우고 시험 치고 점수를 딴다. 이 짓을 취직할 때도 해야 하고, 이직할 때도 해야 하고, 승진하기 전에도 또 해야 하고. 언제까지 이 바보 같은 짓을 해야 할까. 한국어를 이렇게 해야 했더라면 진즉 난 한국을 떠났을 터였다. 그런데 외국어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니. 외국계 회사에 취직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쓰는 회사는 전부 다 거를 예정이었다. 그런데도 회사는 나에게 토익점수를 요구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아기는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언어를 배운다. 보고, 듣고, 따라 한다. 그렇게 반복하며 말문을 뗀다. 성인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왜 실천이 안 될까. 내가 머리털이 굵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게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는 것일까? 그냥 듣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데, 도대체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주변에 100명이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로 갈지 망설인다. 그중 한 명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은 따라나선다. 그렇게 한둘 따라나서더니 99명이 같은 길을 선택한다. 나머지 한 명이 다른 길을 선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모두가 단어를 외우고, 문법책을 공부하며, 토익점수를 딴다. 유명한 학원을 등록하고 단기속성으로 점수를 취득한다. 모두가 따르는 이 길을 외면한 체 아이가 본능적으로 언어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토익점수를 따는 외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다.



인생에 진심이었는 나는 이런 근본적인 고민을 하며 방황을 하던 중, 어린아이가 언어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법을 만나게 되었다. 듣기에도 생소한 바로 소리영어학습법. 이를 통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번 속아보기로 했다. 토익책으로 도서관에서 6개월 이상 썩어 버릴 바에, 한번 속는 샘 치고 따라 해 보기로 결심했다. 6개월 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그냥 내 인생에서 6개월 낭비했다고 생각하며 소주 한잔으로 털어버리면 될 터였다. 그렇게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영어공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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