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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an 07. 2022

퇴사 고민이라면 장사부터 해보자

보따리 장사를 시작한 김대리


아무런 준비 없이 막무가내 퇴사. 그리고 낮아진 자존감. 작은 성취로 인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 것. 그리고 다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




다시 힘 내보자

나도 대한민국 수출업자



내가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시작한 무료 영어강의. 정말 이지 이 작은 시작이 나를 살렸다.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끊임없이 후회를 반복하며, 퇴사 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읊조리며 나를 괴롭혔겠지. '5년간의 회사에서 고작 배운 게 엑셀과 파워포인트냐?'라며 나를 비하했겠지. '도대체 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온 거야?'라며 내 인생 전체를 계속 부정하고 할퀴며 살아왔겠지. 악순환의 고리의 끝은 충동적인 생각으로 이어졌을지도.



영어강의를 통한 성취감 이라는 작은 씨앗은 생각보다 힘이 컸다. 낮아진 자존감을 조금 올려다 주었다. 그렇게 노트북을 열고 또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인터넷과 씨름하며 내 살길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에 검색을 하였다. 조건은 실패해도 경제적인 타격이 없는 것으로 시작할 것. 퇴사를 한 2018년. 나는 1년 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결혼자금과 결혼 이후의 경제적 안정은 중요했기에, 지금까지 모은 돈을 까먹어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간 무슨 사단이 벌어질지 몰랐다. 양가 부모님 몰래 퇴사한 것도 모자라, 돈까지 없는데 무슨 결혼이란 말인가.



"해외 역직구 사업"



이게 뭐지? 그렇게 우연히 해외 역직구 사업이라는 공고를 접하게 되었다. 일단 '사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거창해 보여서 좋았다. 퇴사 이후 남자라면 역시 사업이지. 퇴사 전에 그렇게 호기롭게 나왔는데, 직장인보다 훨씬 멋진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와서야 드는 참 철없었던 발상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당시에는 사업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그렇게 '해외 역직구 사업' 공지를 클릭하고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인즉, 한국에 존재하는 상품들을 해외에 수출하는 경기도 지자체 지원사업이었다. 뭔가 있어 보이고, 거창해 보였다. 세상 물정을 1도 모르는 평범한 나에겐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일단 해외로 수출을 한다고 하니 어디 가서 명함을 드리 내밀기에도 멋져 보였다. 또한 부모님이나 주변인에게도 '나 수출업자야'라고 떠벌리고 다니기 좋은 업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지원서를 작성하였다.



지원동기 : 5년간 회사를 다니며, 시장의 불라 불라~

수출물품 : 자동차 부품의 일환으로 불라 불라~

마케팅 방법 : 펀딩을 일단 받고 불라 불라~



쓰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도 되질 않았다. 마케팅이 뭐야? 소싱처? 소싱처라는 게 뭐지? 시장분석을 적으라고는 하는데... 시장분석이라는 게 뭘 적어야 하는 건지. 공대생이었던 나는 제품 설계나 도면을 읽을 줄만 알았지, 내가 설계한 제품이 시장에 팔리고 돈을 어떤 식으로 버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없었던 터였다. 아니, 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해외 수출 업자

나도 달러를 벌어보자!



뭐 어때? 지원사업에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고. 붙으면 좋은 거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지원서 제출을 하였다. 그리고 서류 합격이라는 통지와 함께 면접이 진행이 되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면접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세상 밖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고 있구나...'나 혼자 우물 안 개구리로 회사생활만 해왔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각개전투를 벌어고 있었다. 이곳은 전쟁터였다.



운이 좋았다. 역시나. 2차 면접까지 모두 통과되고 최종 선발이 되었다. 그리고 선발된 인원은 몇 달간 진행될 교육을 위하여 한 장소로 모이게 되었다. 판매할 물건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관련된 세금은 무엇인지, 법적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전체적인 강의 커리큘럼에 대한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멘붕상태가 찾아왔다. 이게 무슨 세상인가 했다. 회사의 부속품으로로 하나의 역할만 수행해 왔던 내가. 그렇게 살아와도 고액의 연봉이 나왔던 내가. 하나부터 열 가지 모든 걸 알아야 하다니. 무슨 이야기 인지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해야 할 것이 태산 같았다. 큰일 났다. 마음은 조급한데,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교육의 내용을 쉽게 흡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거창하게 입사 지원서를 낼 때는 시장의 니치마켓을 공략해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당장 연필 한 자루도 판매할 능력이 없었고, 어떻게 수출해야 하는지 프로세스도 모르는 터였다. 나의 무지와 세상 물정에 대해 너무 무감각했던 나 자신이 적나라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 이외 다른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이 쏟아내고 있는데, 나는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매, 소매. 이런 개념조차도 없었다. 교육내용 데로 팔 물건을 정하고, 해외 판매 플랫폼인 이베이에 상품을 올린 뒤 팔아야 했다. 판 상품의 대금은 달러였고, 그 달러는 페이팔이라는 계좌를 통해 나에게 입금되는 방식이었다. 이베이는 도대체가 무엇이고, 페이팔이라는 건 또 뭐란 말인가. 갈수록 가관이네.



교육이 진행되면서 벌써부터 물건을 팔아 성과가 나오는 수강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무슨 물건을 팔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인데, 판매채널을 개설하고 벌써부터 달러를 버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뭐지? 큰일이네' 또다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사실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일게 개인사업자가 자동차 부품을 수출한다? 당장 연필부터 팔고 나서 이야기할 레벨의 것이었다.



치열하게 고민을 하였다. '나는 무슨 물건을 팔 것인가?'강의를 들으면서도 틈만 나면 팔아야 할 물건들을 검색했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부터 팔아보세요'라고는 하는데... 관심 있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는 터였다. 소비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구두쇠 같은 삶을 살아온 나였기에 물건을 사본 경험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가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면 생활필수품 정도가 다였다. 칫솔, 치약, 비누 등등. 사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찌 물건을 팔아보겠나. 음식도 많이 먹어본 놈이 요리도 잘하는 법이고. 물건도 많이 사본 놈이 장사도 잘하는 법이다. 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비장하게 해외 수출업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길 기대하며 시작했지만, 나의 수준은 한참이나 못 미친 상태였다. 그 많은 수강생 중에 그래도 중간 정도는 하겠지라며, 스스로 똑똑함을 자부했건만. 나는 전교 꼴찌 수준이었다. 다들 성과를 내며 매일매일 매출 보고를 하고 있을 때, 나는 단 하나의 상품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달러를 벌어야 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나날이 이어졌다. 수입이 없으니 마음은 더 조급해지기 시작하며, '후회'라는 감정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회사에 있을때는 1등이었지만, 회사밖 세상에서는 꼴등이었다.



"퇴사 전에 간접적으로 이런 경험을 해봤더라면 좋을 뻔했잖아? 그렇지? 이 멍청이야! 도매, 소매 개념도 모르고 장사 경험도 없는 놈이 무슨 사업이라고. 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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