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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Jun 04. 2023

악바리로 5년간 3억을 모으고 퇴사한 이유

지방대생이지만 현대자동차는 다니고싶어



2013년 내나이 27살. 회사라는 곳에 취직을 하였다. 어떤 회사인지도 중요했지만, 회사원이라는 것 자체를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었다. 지방대 출신에다가, 한때 취업을 위한 최소 평점에도 못미쳤던 내가 뒤늦게 취직준비를 시작하여 취직했으니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수 없었다. 그렇게 5년의 회사생활을 하였고, 내 나이 32살에 2억 5천만원, 지금의 공무원인 아내는 5천만원을 모은 상태로 우리는 3억이라는 거금을 모았다. 그리고 대책도 없이 무식하게 퇴사를 하였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지는 미래



돈이란건 모을때 재미가 있다. 사회 초년생이면 처음으로 월급받는 날의 쾌감은 그렇게 짜릿할수 없다. 대학시절 코묻은 알바를 전전긍긍하며 100만원 남짖한 돈을 받다가 처음으로 알바 시급의 몇배나 되는 돈을 받게 되면 무엇이든 다 할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외 여행도 고민없이 갈수 있을것 같고, 금방 돈을 모아 집도 살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든다. 이미 인생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인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큰 거금을 모았을까 다. 물론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그정도 되는 금액을 모을 수 있게 된 것이지만, 같은 출발점에 섰던 동기들의 5년뒤 자금사정을 들으니 모두가 다 이렇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입사 초기에 5년뒤 이 정도 금액을 모을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연봉은 거의 정해져 있었고, 성과급도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승진 또한 사원 3년이면 대리를 달수 있었고, 대리가 되었을때 승된 연봉 역시 옆 선배를 통해 충분히 알수 있었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 제일 먼저 마스터 해야는 가장 중요한 고급스킬은 엑셀과 파워포인트 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엑셀을 더블클릭하여 월별로 수입을 적었다. 그리고 지출항목을 구분한뒤 빈칸을 채웠다. (=) 함수와 (-)함수를 이용하여 수입에서 지출을 빼는 고급기술을 썼고, 실제 저축가능한 금액을 계산했다. 12달로 쭉~드래그를 했더니 연말 되었을때 1년간 실제 모을수 있는 금액 역시 나왔다. 기에 더해 좀더 고급 기술을 써보았다. 연별 평균 연봉상승율을 곱한뒤에 향후 4~5년뒤에까지 계산을 하였다. 이렇게 큰 이변이나 과소비가 없는한 나의 5년뒤 모을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었고, 실제 그 금액을 모으게 되었다.



5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중간 중간 힘들때 마다 내가 목표한 금액을 작성한 엑셀을 더블클릭하였고 몇년뒤에 모일 금액들을 상상하며 부푼 꿈을 꾸엇었다. 때론 지출을 줄이기위한 극단적이고 구두쇠같은 생활을 하며 저축금액을 늘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잔인한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다. 덕분에 친구들도 일부 떨어져 나가는 부작용은 감수해야만 했다.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느낄때면 월급은 마약처럼 들어왔고, 사춘기를 지나 오춘기 같은 증상이 찾아 올것 같은 징후가 보이니 회사에서는 승진이라는 달콤한 채찍질을 해주었다. 그렇게 5년을 넘게 한직장에서 뱀의 머리가 되보겠다고 열심히도 회사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근무기간 5년이 딱 넘을려고 한 2017년 12월 그때, 5년전 저축금액을 예측하였던 범위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자리에 도달한 그때,



앞으로의 10년, 20년, 30년의 내 인생도 이렇게 충분히 계산가능한 범주에서 돌아가겠구나. 큰 이변없이 회사생활에만 충실하다면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신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고, 모을 수 있는 돈의 총액수는 이정도 이겠구나.



평소에 나에 대한 객관화를 통해 나란놈은 공무원처럼 정해진 데로 돌아가는 삶에 몸서리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항상 뭔가를 해야 하고 변화를 해야하고 새로운것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10년 정도의 계산가능한 나의 삶에 갑자기 신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8년 2월 너무나도 추웠던 그해 겨울 3억이라는 거금이 인생을 책임져 줄수 있을줄 알고 퇴사를 하였다. 당시에 퇴사를 왜 할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말할수가 없었다. 어쩔때"부자가 되고 싶어서요" 라고 했다가, "사업을 해볼려구요" 라고 했다가. 결국에는 귀찮게 반복되는 질문을 종결시키고자 "회사생활이 몸에 맞지 않아서요" 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와서야 당시의 퇴사이유를 알게 되었다.



'직장생활이 몸에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만 하게 되면 내 인생이  오차 없이 정해진 데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이었다.



모은 돈만 믿고 대책도 없이 퇴사한 삶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죽방을 시원하게 여러번 얻어 맞고 지금은 현대자동차에 다니고 있다. 세상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전무했던 셋님이 먼지털리게 얻어 터지고 나서야 철이 든것이다. 당시 대책없이 퇴사를 하겠다고 한 선택은 내 인생에 신의 한수였다.



https://youtu.be/WBp7U22oA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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