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입은 정장을 벗어 던지고 쓰는 첫 일기
나는 젊다면 젊은 나이, 38세에 희망퇴직을 했다.
이직을 앞둔 것도 아니고 그냥 했다.
대기업 머슴은 내 첫 직장이었다.
여기서 내게 준 유니폼, 정말 불편했는데 강산이 변하는 10년 만에 어느덧 맞춤형 정장이 되어 있었다.
내 피부 같아진 정장… 사실 벗기 싫었는데 말이지…
어느 날 내가 부리나케 옷을 벗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내안의 누군가가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봐. 네가 할 줄 아는 건 먹고 자고 대기업 머슴일 하고 놀고 쓰는 이 다섯 가지 밖에 없었는데… 먹고 자고 놀고 쓸 수 있게 해주는 머슴 일을 관둔다는 게 말이 돼 안돼?’
‘말이 안되지. 그래서 인가 봐. 정장 속에 속옷도 안 입고 있었네. 10년 넘게. 지금 나 나체잖아!’
나체로 앉아 글을 쓴다.
10년 동안 나는 유니폼 그 자체가 되어있었기에,
남은 것은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이다.
대기업 머슴일이 아니면, 나는 무용했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아, 내가 왜 그렇게 예쁜 쓰레기를 사랑했는지 알겠어. 나랑 닮아서 그랬구나.’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꾸역 꾸역 맞춰 입었던 정장을 스스로 찢고 나왔다.
문득, 나의 쓸모없음에 감사한다.
이토록 보잘것없는 존재여서 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또 어디에도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프롤로그: prologue]
퇴직 전후 무용한 나를 기록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