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에 콩깍지가 고맙다_남편은 이상한 내 편

by 날갯짓


오랜만에 엄마께 아이들을 맡기고,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전업 육아로 들어서고 나서는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일조차 직무 유기처럼 느껴져 어떻게든 혼자 끌어안고 버텨왔다.

남편은 완전히 바깥사람이 되었고, 나는 안사람이 되었는데 문제는 내가 ‘안사람이 하는 일’에 영 소질 없다는 점이었다.
그 무게가 요즘 유난히 나를 짓눌렀다.


여보, 꼭 노키즈존 웰 다이닝 음식점으로 가자!

아이들과는 관계도 없고 갈 수도 없는 곳을 꼭 가고 싶었다.

맛집 탐방에 진심인 남편은 금세 마음에 드는 식당을 예약했고,
우리는 간만에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며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요즘 어때?

집안 분위기는 아내의 기분이 만든다고 했던가.
남편은 이런 순간이 오면 꼭 저 질문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화초처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그 시선에 마음이 풀린다.

육아와 동시에 내 꿈을 다시 꺼내보려는 요즘,

시간도 마음도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저 질문 하나로 다시 버틸 힘이 생긴다.


사실…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좀 지치긴 해.
그래도 내가 선택한 거니까 좋아야지.
오빠는 어때?



난 요즘 너무 좋아.
가끔 화날 때도 있는데… 여보 보면 예뻐서 풀려.



아 뭐야~

겸연쩍게 웃는 나를 그는 가만히 들여다본다.


부스스한 머리, 늘어진 뱃살, 탄력 잃은 피부... 이걸 보고도 예쁘다고?

'기분 좋아지는 말 참 잘도 하네.' 싶어 어이가 없다가도 그의 콩깍지가 가슴아리게 고맙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고, 오랜만의 차분한 식사는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됐다.


엄마한테 진짜 고맙다고 해야겠다.
우리 거의 6개월 만에 둘이 밥 먹는 거 아냐?

그러게. 너무 좋다.


이 기억 하나로 우리는 또 몇 달을 버티겠지.

나는 오랜만에 빛나는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가장 멀게 느껴지던 남의 편이라도
가끔은 가장 확실한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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