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는 당신께_2

성난 사람들... 분노는 불안의 뿌리였다

by 날갯짓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 (BEEF)]는 ‘분노’가 어떻게 사람을 삶의 끝단까지 몰아가는지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아주 사소하게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두 차량이 부딪힐 뻔한 찰나, 도급업자인 대니와 사업가 에이미는 서로의 잘못이라 확신하며 경적(BEEF)을 울린다. 에이미가 ‘손가락 욕’을 날리고 떠나자 대니는 그 차를 놓치지 않는다.

보복운전이다. 그저 흘러갈 수 있었던 순간은 집요한 추격과 복수로 번지고 결국 두 사람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파국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갈수록 분명해진다.

그들의 분노는 그 사소한 사건이 있던 날 생긴 게 아니다. 에이미는 성공했지만 바쁜 삶 속 공허함에 갇혀있었고, 대니는 계속되는 실패로 마음이 부서져 있었다.

그날 터진 건 사건이 아니라 마음속 가득 찼던 감정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내 마음속에도 저런 분노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트리거를 건드리는 순간, 나는 장전된 총 처럼 곧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앞 이야기 (1편) 속 음식점 사장님은 그날 나의 트리거였을까?

퇴직을 하고 나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한낮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예전에는 그저 좋아 보였다.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아무것에도 쫓기지 않는 모습들이.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보니 알겠다. 겉으로 한가로울지라도 속으로는 가장 불안할 수 있다.

카페에 앉아있는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백조가 되었다.

물 위에서는 고요하지만, 물아래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오히려 아침마다 옷을 차려입고 바삐 출근하는 여성들을 보니 부러워졌다.

참 웃기지 않은가? 출근이 지겨워 퇴사했는데 다시 그 삶을 부러워하고 있다.

나는 익숙함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그 어느 것도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다 보니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 흔들림의 이름, 바로 불안이었다.

자연스럽게 분노로 번지는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면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화를 분출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쌓아둘 화를 만들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화를 참는 게 아니라, 화가 덜 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그 상태가 되는 건 굉장히 단순하다. 불안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놀랍게도 아주 뻔한 데 있었다.

너무 흔해서 무시하기 쉬운 것들.

정해진 시간에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 지금의 나처럼 감정을 글로 쓰고, 무엇이든 조금씩 배우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꾸준히 하는 루틴이다.

단순히 기분을 나아지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수면이 충분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다. 회복과 진정을 시켜주는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밤에 잠들고, 각성과 집중을 도와주는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놔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내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거창한 시험에 합격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작심삼일이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며칠 흐트러진 채로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런 날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지 않는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로 마음을 다진다.

나는 오늘도 화를 참으로 애쓰기보다, 덜 흔들리는 삶을 만들려고 한다.

결국 내가 상대해야 할 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것에 즉시 반응해버리는 내 안의 불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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