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는 당신께_1

by 날갯짓

회사를 다니지 않는 여유가 이런 걸까?

요즘 퇴사 후 불안 속에서도 마음껏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오늘도 후드티에 모자, 백팩을 매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아이들에게 감기가 옮은 것 같아 칼칼한 칼국수가 먹고 싶었다.
집 앞 맛집 구석진 2인석으로 향한다. 혼자 간 미안함에 저녁거리 포장까지 넉넉히 시켰다.

이 정도면 사장님도 이해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TV와 휴대폰을 번갈아 보며 천천히 조금씩 먹는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주인 아저씨가 정중하게 말을 건다.


“혹시 다 먹었습니까?

자리가 꽉 차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바깥에서 기다리기도 하는 게 죄송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빈 자리가 꽤 보인다. 갑자기 나가라고?

즐겁고 여유로웠던 내 마음이 불쾌함으로 변질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단순히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인데, 나는 이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치심에 급히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는 미안했는지 결제하려는 나에게 주절주절 말을 건네고 나는 이때다 싶어 쏘아붙인다.

“나가라면서요.”

아저씨는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금 아무도 없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비아냥거리는 투로 “제가 몰랐네요.”라고 말한 뒤 가게를 나섰다. 그때 갑자기 아저씨가 뛰어나와 결제가 안 됐다고 한다.

‘정말 두 번 짜증나게 하네.’ 다시 카드를 건넸다.

아저씨의 눈빛이 민망함에서 의심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같은 카드로 결제가 완료됐고, 그는 한참 동안 영수증을 들여다본다.
마치 내가 돈을 떼먹기라도, 무전취식이라도 할 사람처럼.

그렇게 가게를 나온 나는 다짐한다. ‘여기 다신 오나 봐라.’


그냥 맛있는 점심 한 끼 해결하려 했을 뿐인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누구의 책임이 있는가?

사업주는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 응당한 요청을 했을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것인가?

곱씹어보면 낯설지 않은 이 감정. 퇴사 이후 더욱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과 병원에 가서 30분 이상 기다리게 되었을 때 ‘얼마나 더 기다려야해요?’ 를 말하면서,

똑 같은 제품을 샀는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1000원 더 비싸 항의글을 쓰면서,

고기를 잔뜩 샀는데 대부분이 해동되어 배송되었을 때 민원을 제기하면서,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이들을 향해…

화는 상대방을 향해 내뿜는 불 같지만,

사실 가장 뜨거운 건 나 자신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화를 내는 건 자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는 나를 태운 뒤 자책하게 만들고, 또 후회와 미안한 감정까지 끌어오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몰고 오는 것이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칼을 휘두르지 말자고 다시한 번 다짐해본다.

화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그 감정을 인정해주고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도록 기다려줘야한다.

‘감정을 읽고 심호흡 하기.’ ‘ 명상하기’ ‘화가 났을 때 다른 행위로 치환하기.’ 등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화 다스리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적용해볼 필요도 있다.

상황별로 다양하게 적용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영화 인셉션 디카프리오의 ‘팽이’ 토템처럼 목소리나 소리로 화를 내뿜기 직전 전에 똑딱 펜을 수십번 움직이는 화버튼을 시도했었는데 꽤 효과가 좋았다. (요즘 안하고 있었는데 다시 해야할 판..^^)


오늘도 되뇌어 본다.

화는 힘이 없다.

나를 소모하는 감정일 뿐이다.

분노는 잠시 덜 비참하게 만들 뿐,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라고.

당신에게는 어떤 화버튼이 남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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