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떠났지만, 사람은 남았다.

by 날갯짓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에게는 나이차이가 꽤 나지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배 A가 하나 있다.

육아 휴직 중에도 종종 연락하며 지낼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다.

퇴사 이후 마음 한 켠에 작은 죄책감이 남았다.

그곳에 그녀를 두고 나온 것 같아서.

처음에는 그녀와 내가 결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화려한 외모에 단단해 보이는 태도. 나는 그저 멀리서 ‘저런 사람도 있구나.’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진심이 나에게 조용히 닿았다.

우리는 함께 일했고, 결과를 만들어 냈고, 서로를 존중했다.

늘 사람 때문에 지쳤던 나는 그녀 손을 잡고 버틸 수 있었다.

퇴사를 결심한 날, 나는 가장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선배 미안해요.”

그녀는 말했다. “다 끝난 거지? 붙잡아도 소용없는 거지?”

그리고는 담담히 내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몇 달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녀가 나를 데리러 왔다.

겉으로는 여전히 단단해 보였지만

그녀는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의지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를 혼자 견디고 있었다고.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묵묵히.

그날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내 생각보다 훨씬 큰 사람이었고,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버티고 있었단 것을.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보지 못하지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이해해 주는 그녀의 따스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내가 가진 마음을 건넸고

그녀는 더 큰 마음을 내게 주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일만 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10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늘 쓰임 당하는 하나의 톱니바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쓰이고 소모되고 결국 대체되는 존재라 생각했다.

나의 10년은 어디에 갔나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고, 그 자리에 사람이 남았다.

매달 사라지는 월급보다

오래 남는 것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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