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하세요? 이 글을 제발 읽어주세요.
나의 퇴사 트리거는 ‘반가사유상’ 이었다.
희망퇴직 서류를 받아들고 한참을 고민하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사유의 방’에 방문해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듣고 싶었다.
이곳에는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반가사유상 2점이 있는데, 이걸 보기 위해서는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쭉 걸어가야만 한다. 박물관은 '빛과 거리, 정적을 통해 작품과 함께 머무르는 경험을 의도했다'고 밝혔는데, 그들의 전략은 내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우주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뭔가 비현실적인 이곳. 나는 이곳에서 반가사유상과 대화했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깊이 명상 중인 보살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슨 말이든 해보라고 나를 채근했다.
나는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고스란히 옮겨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 내 마음 속에 이런 글들이 떠올랐다.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네 마음의 길을 따라가.
최근 들어 정답을 알면서도 주위만 뱅글뱅글 도는느낌이었는데...
꺼졌던 전구에 불이 켜졌고 이제는 실행할 차례가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10년 기자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자는 나와 정말 맞지 않는다는 것
둘째, 적성에 맞지 않은 일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셋째, 내가 정말 못하고 하기 싫은 일 일지라도 꾸준히 하면 누구든 어느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
만약 내가 잘 하고 즐거운 일을 이 강도로 꾸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
15년 걸려 눈물로 얻어낸 이 숙련도를 절반의 시간으로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일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이렇게 공부했음 진짜 서울대 갔겠다.”
그 생각이 들 때 퇴사하고 다시 공부를 했으면 정말 서울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못 했던 걸 지금 해보는 건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진짜 늦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하는 건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39세, 새로운 시작을 하기 참 좋은 나이다.
나는 굉장히 개운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기자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조지 버나드 쇼 같은 묘비명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한 번뿐인 인생, 더 이상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아서 후회를 남가기는 싫어졌다.
흘러가는 대로 부딪혀보자!
굉장히 희망차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내가 크게 간과한 게 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이제 집안의 모든 일은 온전히 내 몫이 된다는 것!
그동안 돈 버는 일이 더 중요했던 나는 대부분 돈으로 그 일을 떼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역할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 해서 못하는 거지, 하면 남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 라든지. 큰 착각이었다.
(모든 전업맘들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나는 프로 N잡러여야만 하는 엄마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나로서 두 명의 삶을 살아가야 했는데…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외벌이로 바뀌면서 생활비가 급감하고
부족한 부분을 내 체력과 시간으로 채우는 일 자체가 워킹맘일 때보다 훨씬 비효율적이었다.
드디어 나의 24시간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일할 때보다 시간은 더 없어졌다.
그래서 퇴사한 걸 후회하냐고? "
네, 후회했습니다. 엄청 많이요."
나는 이제서야 퇴사를 단순한 용기로 치부할 게 아니라 퇴사 후 나만의 시스템을 구상하고
이 걸 매일 이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울러 관리해야 할 내 인생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퇴사 직후 불안과 괴로움에 직면했던 내 모습에 대한 관찰기록이다.
동시에 퇴사 결정 전 꼭 생각해봐야 할 부분 (나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을 정리해보았다.
퇴사를 고민 중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