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고,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생각해보는 것.
책 출간 후 한 달, 나는 생각보다 바빴다. 내가 쓴 어떤 글로 인해 텔레비전에 나올 나의 모습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인터뷰로 끝날 것 같았던 촬영은 두 번, 세 번이 되었고 오늘 다섯 번째 촬영을 끝으로 “촬영은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세 번째 촬영을 했던 날 구두를 신었던 나는 발이 너무 아팠고 피곤했다. 연예인도 아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길거리에서, 집에서, 옥상에서, 카페에서, 스튜디오에서 이런 촬영을 해야 하는지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피디님께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고, 방송국 사람들은 다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느냐고, 이 많은 씬들이 나오긴 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었다. 그래서 촬영을 끝내면 매우 홀가분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 나를 향한 누군가의 궁금함이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섭섭했다. 촬영을 하는 동안 나는 의외로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일이든 관심이든 누군가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고,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 나는 계속 나와 내 주변의 것들을 생각했다. 생각을 거듭하다가 우리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은 겨우 나와 내 주변, 그러니까 나의 아주 작은 반경 그 안의 것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굶주려가는 세상의 모든 아픔이나 세상을 사라지게 할 거대하고도 거시적인 핵문제가 아니라, 나와 내 친구 또는 내 가족, 그것이 전부인 것이다. 그 말은 그것들이 내 삶의 전부이고 나를 살게 하는 모든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점차 더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소한 것들에 매우 무덤덤해져 감정이 말라버린 게 아닌가 걱정이 들 때도 있지만 또 다른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허물어지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인지할 때마다 나는 몇 살씩 더 먹었던 것도 같다.
이렇게 나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에 대답하다가 나는 또 나를 더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종종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궁금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일 슬픈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이들에게 무관심했을까.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궁금해하지 않고 지나친 모든 것들에게 미안한 밤이다.
친구는 물었다.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건 어떤 기분이야?”
사실 아직 티브이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실감 나지도 않거니와 어떻게 편집되어 내 모습이 비칠지 걱정되는 마음 밖에는 없다. 그런데 나는 오늘 조금 어른이 된 기분이다. 오직 나 혼자 쓴 글 하나로 나는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이 되었고, 더 다양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질문들에 대한 내 수많은 대답을 듣고 피디님은 연신 이 말을 반복했다.
“미처 그렇게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작가님 말을 들으니 저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관찰하고,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작은 원을 그리고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이 아닐까.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가을이 오기 전에 더 많이 궁금해해야지.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박 대리는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문희는 비가 오는 날에 뭐가 먹고 싶은지, 연진이의 건강은 지금 좀 어떤지.
나의 궁금함, 그것은 두 번째 책이 될지도 모른다.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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