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바쁘게 살다 보니 벌써 서른여덟이 됐네. 이십 대엔 많이 힘들었지? 일과 여러 자격지심들 사이에서 절망도 많이 했지. 그걸 지켜보면서도 나는 너를 위로하거나 괜찮다고 말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 늘 혼자 애쓰고 힘들어하는 너에게 앞으론 더 잘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무작정 긍정을 재촉하는 말만 해왔던 것 같아.
그래서 미안해.
생각해보니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왔더라. 사과를 할 줄 아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정작 너에겐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거야. 정작 자신에겐 좋은 어른이 되주지 못하면서 뭐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겐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 노력한건지. 하지만 이제부턴 내가 너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줄게. 그러니까 뱃속 깊이 든든한 자신감을 가져도 돼. 그 자신감으로 네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 펼쳐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축하해.
꼭 네 이름으로 된 책을 낼 거란 말을 현실로 만든 것. 대단히 만족스러운 자신이 아니어도 이젠 스스로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말이야. 어떤 기사에서 사람은 축하한 단말, 고맙단 말을 많이 들으면 행복해지고 성장할 수 있대. 앞으론 더 사소한 것에 고마움과 축하를 보낼게. 누구보다 너에게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마워
존재 그대로의 너를 너무 오랫동안 인정해주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한 것,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간 것 너무 고마워. 손쉽게 재단하는 세상의 수많은 숫자들에 주눅 들지 마. 그리고 점점 더 단단해져.
그래서 세상을 규정하는 모든 기준들에 코웃음 치는 사람이 되어가길, 그 규정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사이다 같은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미안했고, 축하하고, 고마운 나에게.
2019년 10월.
이현진 :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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