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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Oct 17. 2019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거 하나 한다고 내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수줍게 다가온 분이 나의 팬이라시며 나의 몇 가지 재능을 칭찬하셨다.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이시며.


사실 나도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는 편이라 소득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잘'의 기준이야 욕심내기 나름이지만 남들의 기준에선 내 인생 성적표, 아직도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 잘하게 된 것들은 몇 가지 생겼다. 처음에는 잘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냥 좋아서 하다 보니 잘하게 된 것들 말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나는 잘 못해서”로 시작하고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난 역시 잘 못하는 것 같아”라는 말로 겁을 먹고
 지속하면서도 “배우는데도 잘 못해”라고 말하며 결국은 포기한다.


'잘한다'라고 계속 말해도 힘든 게 ‘지속하기’인데 자꾸 우리는 빨리 잘하기를 자신에게 재촉한다. (나 자신은 무슨 죈가)그리고 이미 잘하게 된 사람과 나를 재빨리 비교하며 나를 ‘못하는 사람’으로 깍듯이 분류한 채 실망을 하나씩 적립해간다. 그렇게 차곡차곡 적립된 실망들은 해가 거듭되면서 나를 겁쟁이로 만든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인채로 12월을 맞이한다.


 이상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는 건 못하기 때문에 잘하고 싶어서 인데 왜 처음부터 잘하는 게 없다고 말하게 되는 걸까. 잘하고 싶으면 일단 시작하면 되는데. 못한다고 해서 누가 쫓아오거나 때리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 선뜻 나에게 “해봐”라고 하면 우리는 지레 겁을 먹고 “난 못해”라고 절대 시작할 수 없는 튼튼한 철벽을 치고야 만다. 내가 못한다는 걸 들켰을 때의 상대방에 의한 실망감을 경험하기 싫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실망하지 않고 어떻게 잘하고 싶은 오기가 생길까. 작은 실망에서부터의 오기는 늘 내가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천이었다. 수많은 실망으로부터의 오기로 뭐든지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남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수많은 시도로부터 알게 됐다.)


언젠가 컴퓨터 앞에 앉아 우물쭈물 망설인 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해 분통을 터뜨린 일이 있다. 어느새 나는 겁쟁이가 된 것 같았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고정되고 정의된 존재가 아니기에. 나는 원래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못하니까 배우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못해서 시작해 보려고요, 조금씩 잘하게 되겠죠”


나의 꿈은 가수도 아닌데 노래 좀 못하면 어떠랴.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 ‘잘’하고 싶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꼭 처음부터 잘하는 무언가를 꿈꾸고 잘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생각보다 아닌 사람도 많다. 하고 싶어서 자꾸 하다 보니 잘하게 된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하자.

일단 하자.

막 하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쓰는 아도르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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