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24 댓글 3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도르 Jan 12. 2021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

책을 한 권, 두권 쓰기를 완성했지만 오늘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걱정이 있다.

내가 계속 글을 쓰며 살 수 있을까?

매일 글을 쓰자고 다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책 원고를 마감하고 수정한 지 한 달 여가 지났다. 잠깐 동안은 글을 쥐어짜 낸 후라 쉴 수도 있다지만 아직도 계속해서 글을 써내지 못하니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온다. 굳건한 믿음과 결심이란 언제나 슬며시 부는 바람에도 쉬이 꺼지고 마는 호롱불처럼 뜨겁고도 힘이 없다. 결심을 다시 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실행하는 것만이 불안과 걱정을 떨쳐내는 유일한 방법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요즘이다.

내가 글쓰기에 열을 올린 때를 떠올려보면 늘 불안이 나를 잡아먹기 직전이었다.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고, 어떤 제약도 없이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읽는다’이다. 만화책도 좋고 잡지여도 좋다. 그렇게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한 가지에 몰입하고 그 몰입이 습관이 되려면 약간의 호기심 갖고는 어림도 없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일단 시작한 다음 그 호기심이 그저 단순한 호기심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일회성에 그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아 내가 이 일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하는 자기 결론을 내리고 나면 “할까, 말까”하는 고민은 사라진다.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아니 저절로 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 그러니 약간의 호기심으로라도 일단 좋아하는 장르부터 시작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지만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들 한다. 그럴 땐 현재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부터 쓴다. 나의 경우 저절로 글을 쓰게 만들었던 소재는 퇴사 후 오직 회사원 명함 한 장으로만 나를 증명할 수 있었던 오랜 시간에 대한 후회와 인사이트였다. 내가 가장 즐겨하는 대화의 소재, 누구를 만나든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 꿈속에서도 시달리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회사’와 회사원인 ‘나’였다. “글을 써야지” 하는 결심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말과 생각을 꺼내 놓을 매개체가 간절하게 필요했고 나와 맞는 매개체를 찾아 쏟아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에는 거창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비빔밥처럼 한데 섞인 다양한 감정과 그에 대한 많은 생각,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나다운 행동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인적인 감정들을 인정하면서부터 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나를 부정하고 내가 하는 생각이 틀렸다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오랫동안 자신을 부정해왔던 한 사람이 회사원 이외의 자아들을 인정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제야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아 나는 그동안 나를 너무 미워했구나.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사과해야겠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또 하나의 인사이트가 생긴다. 요즘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또다시 움츠린 탓이 아닐까. 글 쓰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중인 것이다. 과거는 후회하는데 쓰는 게 아니라 이렇게 과거의 내 결단과 행동들을 통해 현시점의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데에 쓰는 것이다. 지금 나의 관심사는 “이제 또 무엇을 쓸 것인가?”이니 ‘쓰기’에 대해 써보기로 한다. 과거에도 어떻게든 해낸 내가 오늘이라고, 미래라고 해서 해내지 못할까. 이런 마음으로 다시 무엇이든 써보기로 한다. 불안에 어퍼컷을 날리는 방법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