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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Oct 11. 2017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바라보는 눈길이 무서운 사회

김정운교수의 [노는만큼 성공한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서로 바라보는 눈길이 무서운 사회는 살만한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운전하다 옆창문으로 눈길이 마주칠때 적개심이 가득찬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도 이런 우리가 너무 싫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에게 여전히 그러고 산다. 사는게 재미가 없는 까닭이다. 사는게 하나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보며 책 읽기를 멈추었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독일에 워킹홀리데이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않는 장기간의 놀러를 갔던때의 사람들의 미소들이.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때 웃기란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 쪽에서 먼저 용기있게 미소를 보낸다면 순간의 얼어붙은 분위기는 급반전 되곤 한다. 특히 유럽인들은 비교적 체구도 작고 어려보이는 동양인들을 귀엽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곤 했다. 그래서 미소를 받는 순간의 ‘예상치 못한 행복’, 그런 사소한 행복들이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와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베를린에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라보는 눈길이 무서운 사회라니, 이렇게 정리된 문장을 읽으니 너무도 슬퍼졌다. 나 또한 누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 하트시그널로 받아들이기 보단 ‘왜 때문에......??뭐지 눈싸움인가? 이겨줘야 하나?’ 라고 생각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약 서른여섯해를 오롯이 한국사회에서 살며 내가 지치는 이유는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너무 신경쓰여서 이다. 그렇게 남의 시선이 무섭다는 사람들이 출퇴근 지하철 에서는 누구하나 다리가 부러져 나가도 싸늘하게 모른척 할만큼 부들거리며 자신의 몸을 구겨넣을 정도로 돌변한다. 그런 풍경을 자주 접하니 어떨때는 속이 울렁거리기 까지 했다. 급기야 회사안에서’만’ 소변이 나오지 않는 사태에 까지 이르자, 나는 두손 두발을 다 들고 “퇴사”를 외쳤다. 이대로 정신과에 가야하나, 나는 어떻게 다시 사람이 따뜻하고 좋아질까, 사람과 아주 소소한 관계라도 다시 맺을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혼잡해서 돌지나 않으면 다행 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마주치는 눈길이 시비가 되는 사람들, 생각만해도 너무 슬퍼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지고 싶어진다. 퇴사 후 그런 눈길들에서 좀 멀어져 내 마음에 조금 바람이 분다 싶었지만, 역시 다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생각을 하니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따. 나는 요즘 작업실을 구하고 있는데, 한 공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이 나에게 가질 관심이 무서워 최대한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될 독립적인 공간을 고르다보니 시간이 더뎌지고,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런 환경에 놓여서 더욱 뻔뻔해지지 못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지, 역시 탓중에 가장 쉬운건 내탓이지 하며 한탄하기를 반복하다가 정말로 머리가 돌아버릴것만 같아서 찾은 방법이 책을 집어든 거였다. 물론 시간이 생긴김에 이책 저책을 많이 기웃거렸다. 사람에 대한 눈길을 책으로 돌린 것이다.


그렇게 눈길을 돌리고 마음에 바람은 아니어도 입김이라도 불어주고 보니, 나부터가 남의 행복에 눈길을 두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행복이 궁금하지 않으면 나의 행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내 행복을 찾아가다 보면 타인의 시선에서도 조금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부터가 남에 대한 비판과 어두운 시선을 거두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남과 나의 비교에서 모든 불행은 시작된다. 눈길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고 신경쓰지도 말아야 한다. 


한국 그것도 서울에서 그런 편안한 미소를 담은 눈길이 오갈것이라고 기대는 커녕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은 아직도 지울수 없지만 그래도 나부터, 내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눈길을 넣어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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