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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비 Feb 13. 2024

청렴수업 1

공직자는 스마트폰 선물을 받을 수 있는가?

한 사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애써 왔다. 하지만 결국 깨달음에 이른 것은,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 시간도 우리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핵심 내용은 '대가성, 명목, 직무관련성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1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수수하면 처벌 받는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관련이 있는 실제 사례가 있다.


약 3~4개월 전에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가족이라곤 남동생 뿐이었던 그 친구 옆에서 3일장을 함께 지냈다.

funeral image by Pixabay


그 친구는 3일동안 함께한 나에게 물었다.

"너 핸드폰 기종이 뭐냐?

- ***6s, 왜?

"참 오래도 쓴다. 몇년 째 쓰는거야?"

- 한 7년 정도? 그래도 아직 쓸만 해.

"아니, 근데 니가 우리 아버지 장례식에서 고생도 하고 해서,....이번에 나온 최신형 핸드폰 *** 14를 하나 너한테 사주고 싶은데,...너무 부담 갖지는 말구, ... 원하는 기종이 따로 있으면 이야기해봐."

- .....흐음....마음만 받을께, 고마워.

"야 임마. 니가 아니라 제수씨한테 고마워서 그러는거야. 요즘 세상에 3일씩이나 남편을 빌려주는 여자가 어디 있냐?"

- ....암튼....고맙다. 그래도 마음만 받으마. 흐흐흐. 짜식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사든가."

"....."


이렇게 아*폰14를 거절한 후에도 이 친구는 몇 번이나 나에게 주소를 보내라며 성화였다.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무슨 염치로 그 친구한테 핸드폰 선물을 받느냐는 얘기였다. 나는 당연히 안 받을거지만, 친구가 당신한테 고마워하기에 이야기만 한 거라고 했다. 청렴 강사로써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다.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교육자료(Ⅰ), 74쪽>


위 그림은 청탁금지법의 '금품등 수수 금지 규정'을 한 눈에 보여준다.

왼쪽 화살표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를, 오른 쪽 화살표는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된다는 내용이다. 내 친구는 공직자인 나와 직무관련성이 없지만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아*폰14(당시 140만원 정도)를 받으면 안된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취지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공직자가 1회 100만원이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았을 경우, 나중에 이 친구가 그 공직자의 기관에 민원을 접수하거나, 공무직 채용을 청탁하거나, 수의계약 체결을 부탁하거나, 등의 요구를 했을 때 해당 공직자는 거절하기 힘들 수 있다.


또한 예를 들어서 돈 많은 회사의 대표가 연수원에서 아직 교육을 받고 있는 미래의 변호사, 검사, 판사들에게 집이나 차를 사준다든가, 고액의 용돈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면, 나중에 공직자가 된 이들이 대표의 부탁을 쉽게 거절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바로 청탁금지법을 제정한 핵심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친한 친구가 주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굳이 사양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나는 거절을 했고, 약간의 안타까운 마음과 잘 했다는 뿌듯함이 교차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슨 고위직 공무원도 아닌 내가 핸드폰 하나 못 받느냐며 핀잔을 주곤 한다.

이런 나를(?) 위해서 청탁금지법에서는 금지 금품등의 예외에 해당하는 9개의 예외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이 9개의 항목을 짚어보면서 내가 다시 14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는지 차분히 살펴봐야겠다.^^


과연, 나는 스마트폰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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