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꿈, 깸
어린 아이는 잠에서 깨어나 놀란 눈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방긋 웃으면서 곰돌이 인형을 껴안는다. 저 이상하고 아름다운 꿈 속에서 현실로 돌아온 아침을 반가워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침이 힘겹다. 알람 소리를 끄고, 5분 간격으로 재설정을 하면서 찌뿌둥하고 지겨운 하루를 벌써부터 예상한다.
사실 인생은 흥미진진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 지, 뭘 해볼까 하고, 모험을 떠나고 싶은 호기심에 설레고 잠 못 이루는 것이 진짜 삶이다. 하지만 실생활은 단조롭고 지겨운 일상이 계속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언제부터 삶이 이렇게 무의미하다고 여기게 됐을까. 아마도 그것은 잠들기 전보다 잠에서 깨는 순간이 더 재미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 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영화를 소개해주는 글을 읽다가 문득 내 인생영화가 뭘까 하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영화들이 떠올랐지만 바로 입으로 나오는 영화는 '달콤한 인생'이었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주인공(이병헌)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쉐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이다. 이 때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가 '꿈'이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실컷 재미있게 본 영화가 꿈 속 이야기였다니. 아, 인생은 한낱 꿈이었던가.
굳이 장자의 호접몽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인생의 덧없음을 한 껏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정말 꿈이 현실같을 때, 현실이 꿈 같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은 어렸을 때 더 많았다.(혹은 과음 했을 때?!)
생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설레였던 적이 언제였던가. 왜 잠들기 전이 더 설레고 행복한 것일까.
니체의 생각처럼, 힘들게 살다보면(낙타의 삶), 어느덧 천하를 호령할 것처럼 자신감이 넘치는 때(사자의 삶)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어린 아이의 삶'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때 이 하루가 얼마나 가슴벅찬 것인지 억지로라도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