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문장

에필로그

by 미정의 서
3.jpg?type=w800 겸재 정선, 안현석봉, 1740, 비단에 채색

詩畵相看. 지우였던 겸재와 사천이 서로의 재주를 바꾸어 보았던 기록이 시와 그림으로 전해진다. 지척에 있을 때도, 먼 지역으로 발령이 났을 때도, 그들은 운치 넘치는 형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였다. 가까운 벗. 결혼을 하고 가정살림에 지치다 보니 내게도 그런 벗이 있는가 하고 가끔씩 묻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름, 남편이다. 남의 편이라 하여 남편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힘들 때 기쁠 때 아플 때 가장 먼저 돌아봐주는 이가 남편이다.

남편은 가끔씩 요리를 한다. 그저 평범한 한 끼 밥상이지만 그 사람은 언제나 요리를 한다. 그만큼 정성을 쏟고 창의적으로 재료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담기 때문이다. 코로나 덕분에 명절이라는 노동절을 유예받은 첫 추석에 그는 5일간의 세 끼 밥상을 매번 다르게 차려내는 창조력을 발휘했다. 물론 밥상이 차려지고 물러내기까지 식기를 준비하고 씻는 일은 나의 몫이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와 함께 올려 준 열다섯 끼는 문자 그대로 만찬이었다. 정성을 다해 올려준 밥상을 눈과 배를 채우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조금 아쉬워 옛 지우들의 이야기처럼 나도 그의 요리에 문장으로 답해보기로 했다.


계절 맛 참으로 좋은 때 발 걷으니 산 빛이 저물었구나

웃으며 한 점 별 같은 불꽃을 보고 양천 밥 배불리 먹는다.


안산의 봉화가 피어오르는 어느 저녁 평화롭게 눈과 배를 채우며 지어낸 사천의 시에 정선의 섬세한 붓질을 더하듯, 평범한 일상으로 작품을 짓는 꿈을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