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덮죽
2020년 9월 30일
여행의 첫끼는 죽이다. 평소 아침밥을 거르는 아내를 위한 배려 넘치는 식단이다. ‘마파’라 하여 붉은 매운맛을 상상했는데, 뽀얀 흰 죽이다. 두반장과 고추기름 대신 간장을 연하게 뿌려 두부를 살짝 볶았다. 맛은 담담한 게 아침상으로는 최상이다.
문득 마파의 연원을 찾아보았다. 쓰촨 성 어느 과부가 생계를 위해 만들어 팔던 매운맛의 두부라 하여 ‘마파’라는데, 중국 할머니의 손맛이 남편에게는 너무 강했나 보다. 남편의 어머니도 두부 할머니처럼 장사를 해야 했다. 그녀의 품목은 두부 대신 생선이었다. 가끔씩 남편은 이른 새벽 엄마를 도와 꽁꽁 언 동태를 떼어내던 이야기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시험을 앞두고 있던 남편은 며칠 나가지도 않았지만 한 두 번의 경험만으로도 일의 고됨을 알았기에 늘 그때의 엄마를 안쓰러워한다. 두부에 쓰촨식 양념을 쓰는 대신 부드러운 생선살 식감을 더한 것은 엄마를 그리는 마음일 것이다.
코로나로 부모님을 찾지 못한 지 수 달이 지났다. 명절마저 발이 묶여 전화로만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아내에게는 해방의 날이지만 아들은 그리움과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일까. 남편이 차려 준 첫 상엔 엄마의 얼굴이 담겼다. 고된 노동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엄마의 하얀 피부처럼 담담한 두부로 덮은 쌀죽엔 윤기가 흐른다. 밥상을 받고 보니 엄마의 쓸쓸한 연휴를 걱정하는 아들의 진심이 먼저 보인다. 두 손은 쉬지만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