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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의 서 May 19. 2022

잠 못 드는 밤

마태복음 26:33

"주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 넘어간다 해도, 저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베드로의 거대한 결심은 예수의 작은 부탁 앞에서도 무너졌다. “여기서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향기로운 식사를 마치고 밤새 기도하셨던 예수 곁에서 베드로는 한순간도 깨어 있지 못했다. 그는 배부르고 피곤했다. 대담한 각오를 자신 있게 내뱉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수의 이 작은 부탁을 들어드릴 수 없을 만큼 그는 연약했다. ‘주님의 고통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내 삶의 무게만큼 버거울까?'   

베드로의 졸음이, 그의 지키지 못할 약속이 깊이 이해되다가 문득 이런 얼굴들이 감은 내 두 눈을 스쳐간다. 일주일째 병상에 누운 남편을 그녀가 지키고 있다. 더 나은 방법이라 믿고 입원하였는데 상황은 매일이 반전이다. 오랜 시간 요양원에서 지내시다 평안한 얼굴로 자녀들과 인사를 나눈 99세의 노모와 그녀의 1번 손녀는 아직 이별의 눈물을 닦아내지 못했다. 다시 새로운 약을 처방받은 엄마를 걱정하며 아들은 노쇠해가는 엄마의 뼈에 청년의 건강함을 채워드리려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아내와 손녀와 아들의 염려와 눈물과 두려움을 안고 그날 예수의 밤은 깊어갔을 것이다. 그런 친구와 가족의 음성이 잠든 베드로를 일깨운다. 


“밤새도록 자려느냐? 내 때가 되었다!”  


잠 못 드는 밤이면, 어두운 밤 겟세마네서 예수가 건넨 간명하고도 단호한 이 메시지를 따라야 할 순간임을 직감한다. “깨어 있어 …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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