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레마의 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정의 서 Aug 17. 2022

누가 그리스도를 전하는가

월령 이야기 3

노모의 고단한 삶이 인지 장애를 가져왔다. 아들은 그런 노모의 치료 과정이 염려되어 곁을 지키고 섰다. 손과 발에 침을 놓는 동안 노모는 귓가에 들려오는 메시지에 조용히 반응한다. 메시지를 듣는 눈과 표정이 더없이 평온하다. 주님을 만났던 , 천국을 다녀온 그날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말씀은 함께 되뇌기도 한다. 예배시간만큼은 치매 환자가 아닌 성도로, 온전하고 고귀한 하나님의 딸로 성전을 찾는다고 목사님이 전한다.

천국을 보았다는 말을 다 믿지는 않는다. 그런 유의 신비한 체험을 책으로 읽기도 하고, 직접 듣기도 했다. 바울이나 스데반의 증언, 무엇보다도 요한이 받은 묵시는 그 세계를 신비하고 상징적인 언어로 묘사한다. 인간의 언어로는 천국을 보일 방법이 없어서일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천국을 설명하는 젊은 전도자에게  짖꿎게 되묻는 할머니도 만났다. “그래서 천국 가봤어?”

가보지 못하고 그저 상상하고 바라는 우리의 메시지를 노모는 가만히 경청한다. 죽어가는 열두 살 외동딸과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통받던 여인에게 찾아온 그리스도의 구원이 노쇠한 월령리 해녀의 영혼에도 이르렀다. 우리가 제주를 찾기 아주 오랜 전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시와 납덩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