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 이야기 4
언제나 사역의 중심은 발이다. 발을 만지고 침을 놓으며 메시지를 전한다. 언제 발이 그런 관심을 받아 보았을까 싶을 정도로 발에 정성을 들인다. 주님도 우리에게 서로의 발을 씻기라 말씀하셨다. 온유와 겸손의 성품과 태도를 익히는데 효과적인 처방을 남겨 주신 것이다. 내 가족의 발은 기꺼이 주무르고 씻기기도 하지만, 낯선 이의 발을 만지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발을 맡기는 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저분한 발을 드러내는 데에도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믿고 존중할 때 비로소 서로의 이웃이 될 수 있다.
주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부어 핀잔을 들은 여인들이 있다. 때로는 우리도 그 여인들을 비난하고 수군거리는 편에 선다. 거친 할머니의 발을 만지며 골고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시던 주님의 발을 겹쳐 놓을 수 없다면 우리의 소중한 옥합도 깨트릴 수 없다. 시간과 마음을 들여 기도하고 메시지를 전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사진을 찍고 발을 만지고 치료하는 모든 일들이 주께 드리는 우리의 사랑고백이다. 보이는 이웃을 사랑할 수 없는데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