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 이야기 5
제주바다 빛을 입고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를 무사히 지나왔다. 목사님과 통화하며 월령리 259-2 근황을 다시 묻는다. 선교팀이 다녀간 후 주일엔 여행객 한 분이 함께 예배를 드렸고, 마을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식을 전하신다. 매해 사역 결산은 결신자 집계로 끝난다. 스크린으로 차가운 숫자를 확인하고 나면 뜨거웠던 사역지의 기억도 점점 식어간다. 그런데 조금은 차갑고 선인장 가시처럼 따끔거리는 월령의 첫인상은 잘 정리된 숫자들의 상자에 갇혀 있질 않는다. 자꾸만 소리를 낸다.
바다 깊은 곳으로 해녀들을 끌어당기는 납덩이 소리, 신비로운 선인장 군락지를 찾은 여행자들의 가시 박힌 소리, 한낮의 땀과 수확을 싣고 가는 작고 가녀린 할머니의 손수레 소리, 함께 늙어가는 아들의 염려 짙은 한숨 소리, 하루의 안녕을 빌며 중얼거리는 무신론자의 기도 소리,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월령의 누군가에게 전해질 구원의 소리에 잠시 눈을 감는다. 주의 폭포 소리로 깊은 바다가 서로를 부르듯, 저들의 소리에 기도의 납을 내려야 할 때다.
*월령 이야기는 지난 7월 <블레싱 제주>를 기록한 스케치전을 기획하며 정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