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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의 서 Dec 12. 2023

샛별의 기다림

일곱 교회 순례기 8 두아디라

대단한 명성이나 부요함이 샛별에게는 무의미했다. 그저 하루의 양식과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모자라지 않게 나눌 것이 있으면 족했다. 하지만 이세벨의 통제권 아래 있는 그곳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어리석고 쓸데없는 것이었다. 


두 해째 치르는 입시에 지쳐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아이가 뒷좌석에서 씁쓸한 미래를 그려 보인다. 

"내 자식은 나보다 좀 더 일찍 엘리트 코스만 밟게 해야지." 

이세벨이 늘 외치던 슬로건이다. 

"부모의 학력, 재력, 정보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아직 어린아이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는 이세벨의 단어들이 마음을 짓누른다. 


며칠 후 있을 시험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작은 롤케이크 두 개를 준비해 갔다. 하나는 아이의 친구 것이다. 샛별이 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의 표현이었지만 이세벨은 그마저도 못마땅하다. 언젠가 그 친구를 형편없이 무시하던 말투가 이번엔 입가의 비웃음으로 새어 나온다. 

"뭘 걔 것까지!"

진실하게 마음을 전하고 누군가를 섬기는 일 끝에 비난을 받을 때면 샛별은 늘 이 말씀을 되뇐다. 

"네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부와 지위와 칭찬은 이세벨의 자랑이었다. 왕좌인 양 오후 햇살을 등지고 앉은 거실 창가의 검은색 안마의자에 이세벨이 비스듬히 누웠다. 그리고 확신에 찬 말을 잇는다. "이번에 그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근사한 연회를 베풀지." 그 상승이 그녀와 가족들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순간 어떤 미래가 그려진다. 그가 자랑하던 것들은 언젠가 질그릇처럼 깨어지고 들에 핀 꽃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세벨의 통제를 가만히 끊어내던 그날, 분노에 찬 문장이 샛별 앞에 도달했다. 

"난 너희가 잘 되기를 바랐어!"

샛별은 생각했다. 처음부터 '잘 산다'는 의미가 달랐다. 

샛별은 스스로의 빛으로 영원할 수 없음을 안다. 빛들의 아버지로부터 온 유일한 아들만이 온갖 추한 탐욕과 불완전한 생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을 온전한 빛으로 비추고자 그 아들의 육체가 어둠 속에 잠겨야만 했다. 이제 한 번의 반전이 더 남았고, 그때는 샛별이 기다리던 하나님의 나라가 쇠하지 아니하고 쇠지팡이처럼 굳건하게 설 것이다. 


화려했던 두아디라의 무너진 제단 뒤로 푸르게 뻗어 오른 나무들과 파랗게 드높은 하늘이 사도가 전하고 간 약속을 보증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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