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100%의 악당은 없다

세상에.. 코로나조차..

by 보슬비
코로나 기억상실증?
코로나 증후증?


코로나가 우리를 잠식해버린 지가 벌써 얼마가 됐는지 셀 수가 없다. 작년부터였는지 재작년부터였는지.. 아니 3년 전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옷을 입는 것 마냥 익숙하다. 어쩔 땐 마스크 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좀 옷을 벗고 있는 느낌도 든다.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마스크를 낀 채 클라이언트를 만나다가 식사를 위해 벗으면 수줍은 마음도 든다. 해외여행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사실 1년에 2-3번 해외여행을 가다가 해외여행이 좀 지루해졌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그때의 나의 입방정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혹시 신이 내 목소리를 듣고 이런 질병을 내리셨나 싶을 정도) 국내여행을 가는 게 당연해졌고, 어느 식당에 가도 큐알 찍는 게 익숙했다. 사실 큐알을 찍음으로써 밀접 접촉되었다고 연락받은 적도 한 번 없지만 그냥 무의식 중에 찍는다. 3월인가, 안 찍기 시작하니 이 또한 허전함이 밀려온다. 과도하게 손 씻기가 생활화되었고 손소독제에 손은 참 거칠어졌다. 10시인지 11시인지 외부 가게 이용 가능 시간이 몇 시 인지도 이제 모른다. 2인인지 4인인지 몇 명이 같이 앉아야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냥 외출을 삼가고, 단체 만남은 지양하게 만든다. 이렇게 병균 하나가 나를, 우리를, 우리나라를 그리고 전 세계를 바꿔버렸다.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는데 일상의 당연한 것들을 모두 까먹게 만들었다.



코로나의 단.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이 든 노약자 위주로 많이들 사망했고, 젊은이들도 병에 고통받고 일상을 뺏긴 사람들도 많다. 더군다나 소상공인들은 매출 압박에 생활고를 시달리기도 했다. 일부는 정말 가난하지만 서류상 의료보험 몇백 원 차이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내 돈을 뺏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억울해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코로나 접촉으로 인해 아이가 학교에 유치원에 가지 못하면 난감해한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여직원의 경우 결국 퇴사하기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의 경우에도 업무와 육아의 분리가 힘들어 괴로워했다. 코로나에 아픈 사람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케어하던 의료진 관계자들도 모두 힘든 몇 년을 보내는 중이다. 끝이 보일 듯 말듯한 긴 터널에서 힘든 싸움을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계신다. 물론 기업도 영향이 있다. 공장이 멈추고 수출/입이 멈추기도 했고 그래서 납품이 멀어지거나 단가가 비싸지기도 했다. 외출을 삼가니 외출 시 필요한 품목들의 매출도 줄고, 큐알코드로 인해 백신 맞지 않은 고객들의 매출을 놓치기도 했다. 직격탄은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 날아왔다. 나갈 수가 없으니 몇 년째 무급 휴직이나 권고사직을 피할 수 없었다. 건재했던 기업도 하나둘 무너졌다.



코로나의 장.

경제가, 건강이 무너졌지만 참 희한한 것이 세상에 100% 나쁜 것이 없다고 다른 좋은 점들도 생겨났다. 라떼 부장님과 회식하기 싫던 요즘 직원들은 회식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접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종의 경우 접대문화가 점심식사로 바뀌어 좋아했다.(물론 게 중에 불법 술집을 찾는 경우도 많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12시 1시에 끝나던 약속들이 10시나 9시 전에 끝나서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나) 배달과 택배 물류가 엄청나게 급증했다. 물론 불공정 계약과 근무환경이 문제 되었지만 그러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산업이 발전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응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일부 기업에서 일상화되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일상화까진 아니지만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강아지를 키우는 우리 집 같은 경우 강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어떻게 보면 강아지 입장에선 혜택을 입은 셈이다. 게다가 여러 나라들의 관광지(자연)가 다시 되살아 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망친 자연들을 사람이 끊히자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큰 질병이 아니었으면 어느 나라가 관광수익을 포기하며 자연을 되살리려 했을까.(물론 보라카이는 한번 출입을 금한 적 있다. 해당 정부의 통 큰 결정에 박수를 표한다)



미래의 힘듦을 견디게 해줄
오늘의 힘듦


지난 코로나를 살펴보며 마스크 답답하다며, 해외여행 못 가서 지루하다며, 웬 질병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앗아가냐며 욕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좋은 점들도 있는 걸 보면, 정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장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렇다고 많은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에게 감사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뭔가 안 좋은 일들이 닥쳤을 때 난 코로나가 생각날 것 같다. 나빴지만 좋은 점도 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끝이 났다고. 세상에 2-3년을 마스크 차고 다니던 시절도 있지 않았냐고. 이 사진 보라고. 사진마다 죄다 마스크라고. 코로나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왔을까. 사람마다 코로나로 바뀐 본인의 삶에 빗대어 그 메시지가 다들 다를 것 같다.



괜스레 목이 칼칼해지는 오늘이다. 강아지 배나 한번 쓰다듬고 오늘도 집순이로 코로나 시기를 잘 버텨본다.

마지막 사진은 재택근무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우리 집 강아지 사진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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