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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15. 2024

240215 일할 맛 나게 하는 동료

오늘부로 좋은 동료에 대한 요건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뭐 된다는 게 하나도 없네.

개발팀과 회의만 하면 드는 생각이다.


지금 회사에서 4년 넘게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기획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실행은 다르다. 비주얼로 구현하는 디자인 작업과 프로세스대로 작동시킬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


언젠가부터 개발팀과 회의하는 게 힘들었다. 새로운 방식의 프로모션을 논의하려 하면 갖은 이유로 안 된다고 해서 그렇다. 해비해서 안되고,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안 되고, 우리 시스템이 낡아서 안 되고, 이번 달은 바빠서 안 되고. 하기 싫어서 한 발 빼는 건 아니겠지만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유입시키고 매출을 올려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괴롭더라.


그러다 오늘, 새로운 동료와 프로모션을 논의했다. 최근 조직 개편으로 인원 구성이 바뀐 것이다. 함께 일한 적은 없고 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몇 가지 검토 요청을 했는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피드백을 받았다. 해비한 건이 없어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몇 가지는 조건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안에 대해 먼저 제안을 해주어 해결점을 찾기 수월했다.


이렇게 빠른 피드백은 입사 이후 처음이었다. 예전엔 검토만 먼저 해달라고 요청을 해도 다음 주 본부 회의를 마쳐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거나 재촉하지 않으면 답을 못 받을 때도 왕왕 있었다. 피드백을 빠르게 받으니 바로 피저빌리티를 체크할 수 있었고, 먼저 대안을 제안해 주니 고민이 쉽게 해결되었다. 일사천리로 이렇게 진행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물론 개발 작업은 이제 들어가야 하긴 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건너서 듣기는 했는데, 정말 그랬다. 논의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고, 오랜만에 일할 맛 난다고 생각했다. 한 때 모든 개발자들은 이렇게 방어적인 걸까, 스마트한 동료와 치열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런 동료를 만난 기분이다.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좋은 동료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부로 하나 더 추가되었다. 함께 일할 때 일할 맛 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좋은 동료라고 말이다. 오늘 만난 그처럼 나로 인해 상대방이 일할 맛 난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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