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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20. 2024

240220_회사를 다니면 좋은 점

회사 다니기 싫어서 꾸역꾸역 생각해 봤다.

회태기. 회사 권태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따금씩 찾아오기야 했지만 요즘은 너무 자주 찾아온다. 회사에 아무런 기대가 안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당분간 다니긴 해야 하니까 회사를 다니면 좋은 점으로 자기 위안을 해봐야겠다. 


회사를 다니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어 좋다. 출근을 하기 위해 정해둔 시각에 일어나야 하고, 회사와 약속한 시간 동안 회사에 머물러야 한다. 예전에 백수 때에도 나름 규칙적이긴 했으나 강제성이 없으니 이따금씩 멋대로 풀어졌다. 회사를 다르면 다르다.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출근부터 퇴근까지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두 번째로 추울 땐 따숩게, 더울 땐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언젠가 한파로 추웠던 날,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럴 땐 그냥 회사에 있는 게 낫다고. 집에 있으면 더 춥다고 말이다. 정말 그렇다. 집에서는 난방을 해도 쉬이 따뜻해지지 않고, 가스비 걱정이 앞선다. 지금 회사는 중앙 냉/난방 시스템이다. 오히려 겨울에 사무실은 따뜻하다 못해 건조하고, 여름에는 살짝 추워서 가디건이 필수일 정도다.


또, 회사를 다니면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해진다. 근무 시간, 잠자는 시간, 출퇴근길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오직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적다. 이 시간을 쪼개서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남편이랑도 놀고, 나 자신과도 놀아야 한다. 그래서 약속을 잡는 일에 신중해진다. 일주일에 약속은 한 개도 벅차다. 미룰 수 있는 약속은 최대한 미룬다.(사실 내가 극 내향적인 사람이라 그렇다.)


여가 생활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점이다. 월급이 들어와서 좋다는 걸 제외하고 회사 다니면 좋은 점을 생각하려고 했는데 뺄 수가 없다. 월급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도 있지만 여가 생활도 풍요롭게 한다. 어제 피아노와 테니스 상담을 받았다. 이것 외에도 배우고나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있는데, 다 돈이 드는 일이다. 나에게 돈을 쓰는 일에는 쉽게 인색해지는데 회사 다니니까, 돈 버니까 이쯤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여가 생활을 즐긴다. 



조금 전, 회사 동료에게 회사 다니면 좋은 점을 물었다. 돈 들어온다,라고 답했다. 그거 말고 없냐고 물었더니 주변 사람한테 무슨 일 한다고 말하기가 쉽다,라고 했다. 이건 내가 생각도 못한 답이긴 하다. 저마다 회사를 다니면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육아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도 있고, 자아실현이 될 수도 있고, 회사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오늘도 성실하게 출근한 회사인들이여, 힘내자! 퇴근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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