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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21. 2024

240221 대화 주제는 집과 돈이었다.

내가 외면하고 있던 집과 돈, 그리고  출산

오랜만에 예전 회사 친구들을 만났다. 6년 전에 함께 일했던 친구들이다. 일을 할 때는 넷 다 미혼이었는데, 어느새 여자 둘(나를 포함해서)은 결혼했고, 남자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나머지 한 남자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30대가 된 친구도 40대가 넘은 친구도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였을까. 대화 주제는 집과 돈이었다. 재작년에 결혼한 친구는 오피스텔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아파트를 사야 할 것 같아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예비 신랑은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도에 집을 샀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지금 사는 동네에서 살고 싶지만 아파트는 엄두가 안 나고, 주택을 사기엔 아깝다고 했다.


돈 없으면 결혼도 못 하겠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집뿐만 아니라 결혼식이나 집을 채우는 일에도 돈이 꽤나 들어간다고. 이게 끝도 아니다. 아이 문제도 있다. 아이를 낳으면 너무 예쁘고, 어떻게든 키워진다고는 하지만 이런 말로는 결심이 서지 않는다는 것. 어찌 됐든 돈이 필요한데 무턱대고 낳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이다.


요즘 내가 고민하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아젠다여서 듣는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먼저 집 문제는 너무 어렵다. 집을 살 능력도 마음도 없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너무 철이 없는 건가 싶다. 집을 산다고 해도 아파트에 의문이 든다. 결혼 생활을 하며 아파트와 빌라를 다 경험해 봤는데,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내게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풍경이 보이고, 안전과 쾌적한 느낌을 준다. 반면 빌라는 생활 동선이 효율적이다. 집 밖으로 나와 이동하기 편하고, 분리수거나 쓰레기를 내놓기도 더 편하다.(이 빌라가 관리가 잘 되는 편이라 그런 것 같긴 하다.) 생활 측면에서 나는 빌라가 더 좋긴 한데, 자산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동산의 자산 가치는 아파트를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까.


아이 문제도 고민이 깊다. 출산을 하기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안다. 주변을 봐도 내 나이 즈음은 아이를 갖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 그런데 나이만 걸리는 게 아니라 마음이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간과 마음과 돈을 써서 한 생명을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아이를 좋아하고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내 것을 양보하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가 주는 큰 행복이 있다고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여전히 이 두 가지 문제 앞에서 나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겐 너무나도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문제.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신중하고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문제라서 휩쓸리듯,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결정할 수가 없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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