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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Mar 06. 2024

240306 회사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갈수록 회사에서 주체성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지금 회사에서 4년 넘게 일하고 있다. 마케팅을 하고 있고, 나와 결이 맡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 부분은 늘 감사히 여기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모난 사람이 거의 없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드물다. 연봉은 귀엽지만, 야근도 거의 없고 오래 다니다 보니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 회사 자체가 싫은 것이다. 언젠가부터 회사 방향에 반감이 든다. 신사업에 매몰돼 기존 서비스를 돌보지 않는 게 시작이었다. 서비스는 달라지는 게 없는데, 계속 해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버거움이란. 돈 벌어오면 자식 양육비에 다 쏟아부어야 하는 기러기 엄마가 된 기분이다. 


얼마 전에는 출퇴근 시간도 변경되었다. 원래는 7시부터 10시까지 자유롭게 출근하면 되었다. 7시 출근을 하면 저녁 시간이 넉넉해 이때 요가도 가고 피아노도 배웠다. 그런데 연말부터 7시 출근이 없어진다고 소문이 돌더니 정말로 없어졌다. 협력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없앤다는 명분으로. 우리 회사가 대행사도 아닌데, 협력사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출근 시간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보다는 7시에 출근해야만 하는 직원들의 사정을 먼저 보살피면 좋았을 텐데. 4시에 퇴근해 아이 하원을 하러 서둘러 가야 하는 학부모 직원들이 더러 있는데, 일방적인 통보에 실망했다. 


툭하면 조직 개편을 하는 것도 싫다. 최근에도 조직 개편을 했다. 본인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로 발령난 동료가 있었다. 그 사람과 친하지도 않고, 나는 조직 개편 대상자가 아닌데도 화가 났다. 도대체 거기 가서 뭐 하라고, 사실상 나가라는 거 아닌가. 이래서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친한 동료에게 말했더니 그럼 나부터 다른 데로 발령 날 거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예전에도 조직 개편은 있었다. 그때도 나는 대상자가 아니었는데, 그게 다행스럽지 않더라.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이는데, 내가 대상자가 아니라고 해서 다행일 수가 있나. 


신사업과 무관하게 내 할 일을 하면 되지만, 남편과 출근하면서 자연스럽게 7시 출근은 안 하게 되었지만, 조직 개편이 나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괴롭다. 다들 같은 마음인 건지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갈수록 회사에서 주체성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회사의 방향에 갈팡질팡하고, 좋은 제도는 하나 둘씩 사라지고, 툭하면 내팽개 쳐지는 상황에서 눈치 싸움만 하고 있다. 나의 주체성을 지키는 방법은 역시 퇴사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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