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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ul 12. 2020

#29. 지난 백수 생활 흉내내기

재택근무를 하며 지난 백수 생활을 따라 해 보았다

지난 화요일 출근을 하니 회사 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공고가 떴다. 회사는 바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코로나가 처음 유행할 때도 재택근무 전환을 했었는데, 그때 나는 계속 출근을 했다. 일이 산적해 있었고 집을 일터로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상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좀 나태해질까 걱정이 되었다. 만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씻지 않아도 되고,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잠이 늘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니 일상을 다시 빌드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상을 되돌아보고 다시 습관을 형성해보기로 했다. 


재택근무 2일째가 되던 날, 모처럼 새벽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요가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산책을 하고 싶었다. 아직은 동네에 사람이 별로 없는 이른 아침, 한강을 향해 동네길을 걸었다. 작년 백수일 때 한동안 매일같이 걸었던 길이다. 자연스럽게 작년 일상이 떠올랐다. 그때도 아침 스트레칭을 끝내거나 새벽기도 후에 한강을 향해 걸었다. 별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강까지 걸어가 따릉이를 빌려 자전거를 타는 것이 그때 당시엔 유일한 정기적인 외출이어서 즐거운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다.


더운 날씨에 이른 아침인데도 땀이 살짝 났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되려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이렇게 산책을 하다니, 내가 굉장히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출근 스트레스 따위 없는 백수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 백수가 된 기분 - 이따금씩 이렇게 백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 흉내인 것이다. 지금 나의 상황상 다시 백수가 되어서는 안 되니 흉내를 내면서 그때의 감정과 기분을 찾는다면 조금 더 마음이 넉넉해질 것 같다. 조금 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고. 


아침이면 종종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겠다. 출근 준비로 오전 시간을 다 쓰지 말고 발을 움직이는 것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이따금씩은 오전 반차를 쓰고 백수 때처럼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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