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도 쓰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까 두려워졌다
매달, 그리고 매주 나의 to do list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브런치에 글쓰기. 이걸 매번 계획에 넣으면서도 최근에 쓴 글이 올해 1월이라니 나도 참 대단하다. 이렇게 안 쓸 거면 계획에서 빼든가 글쓰기가 마음에 계속 걸리면 진짜 좀 쓰든가 해야 할 텐데.
잘 쓰지는 못해도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끈질기게 안 쓰는 거 보면 좋아하는 것도 이젠 사실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따끔씩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막막하게 들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허지웅 님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정리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목적이나 글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작가의 글이 공감이 되고 좋고 멋있고 그래서 부러워서.
오늘 아침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아침 일기를 쓰는데 쓸 말이 없었다. 물론 가끔이야 쓸 만한 것이 없을 수야 있지만 가끔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 일기장이 얼마나 귀여운데.. 정말 작아서 웬만하면 쉽게 채울 수 있는데. 올해 다이어리의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일기장을 반도 채우지 못한 날들이 허다했다. 게을러서 글을 안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일기조차 못 쓰는구나. 쓰는 것도 습관이겠지만 안 쓰는 것도 습관인가 보네. 안 쓰는 버릇 하니까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도 못 채우고.
그러고 보니 친구들과의 글쓰기도 멈추었다. 각자 바빠서 다음 달부터 하자며 한 달 스킵한 게 홀딩이 되어 버렸다.
몇 개월 사이 글쓰기와 나는 꽤 멀어져 버렸구나. 어떤 것도 쓰지 않은 채 살고 있구나. 몇 개월 동안 나의 일상과 이벤트, 경험과 생각들이 어떤 활자로도 남아 있지 않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헛헛하다. 계속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되돌아볼 수 없겠지. 이건 싫다.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뭐라도 써야겠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주제가 있든 없든. 그리고 힘을 좀 빼야겠다. 글쓰기를 생각하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넘쳐서 이따위로 쓸 것 같음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이상하고 게으른 완벽주의 경향이 생기곤 하는데, 다 필요 없고 뭐든 쓰자. 난 작심삼일파(?)니까 삼일만 매일 써봐야지. 그리고 또 다시 작심삼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