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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un 16. 2021

#34.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것도 쓰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까 두려워졌다

매달, 그리고 매주 나의 to do list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브런치에 글쓰기. 이걸 매번 계획에 넣으면서도 최근에  글이 올해 1월이라니 나도  대단하다. 이렇게   거면 계획에서 빼든가 글쓰기가 마음에 계속 걸리면 진짜  쓰든가 해야  텐데.


잘 쓰지는 못해도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끈질기게 안 쓰는 거 보면 좋아하는 것도 이젠 사실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따끔씩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막막하게 들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허지웅 님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정리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목적이나 글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작가의 글이 공감이 되고 좋고 멋있고 그래서 부러워서.


오늘 아침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아침 일기를 쓰는데 쓸 말이 없었다. 물론 가끔이야 쓸 만한 것이 없을 수야 있지만 가끔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 일기장이 얼마나 귀여운데.. 정말 작아서 웬만하면 쉽게 채울 수 있는데. 올해 다이어리의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일기장을 반도 채우지 못한 날들이 허다했다. 게을러서 글을 안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일기조차 못 쓰는구나. 쓰는 것도 습관이겠지만 안 쓰는 것도 습관인가 보네. 안 쓰는 버릇 하니까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도 못 채우고.


그러고 보니 친구들과의 글쓰기도 멈추었다. 각자 바빠서 다음 달부터 하자며 한 달 스킵한 게 홀딩이 되어 버렸다.


몇 개월 사이 글쓰기와 나는 꽤 멀어져 버렸구나. 어떤 것도 쓰지 않은 채 살고 있구나. 몇 개월 동안 나의 일상과 이벤트, 경험과 생각들이 어떤 활자로도 남아 있지 않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헛헛하다. 계속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되돌아볼 수 없겠지. 이건 싫다.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뭐라도 써야겠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주제가 있든 없든. 그리고 힘을 좀 빼야겠다. 글쓰기를 생각하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넘쳐서 이따위로 쓸 것 같음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이상하고 게으른 완벽주의 경향이 생기곤 하는데, 다 필요 없고 뭐든 쓰자. 난 작심삼일파(?)니까 삼일만 매일 써봐야지. 그리고 또 다시 작심삼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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