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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an 19. 2021

#33. 올해 첫 클라이밍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더라.

지난 토요일, 클라이밍 센터에서 운영을 재개한다고 문자가 왔다. 반가우면서도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운동을 '못'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센터에 가지 않으면 운동을 '안'하는 것이 되므로 핑계를 댈 수가 없으니까.


하기 전까지는 이걸 왜 해야 하나 하지 말자며 나를 스스로 꾀이다가 막상 시작하면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새벽 기상, 요가, 독서 같은 것들. 클라이밍 센터에 가는 일도 그렇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난히 지치는 월요일 반으로 수강했을까, 운동하기에 오늘 날씨는 너무 추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클라이밍 센터 앞에 도착할 때까지 한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운동을 하면서는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함께 수강하는 분들 중 일주일에 다섯 번은 센터에 온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의 수업도 벅찬데. 게다가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수업 후에 남아서 자유롭게 클라이밍을 하곤 한다. 나는 나를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 마냥 서둘러서 나가는데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들. 무언가에 깊이 빠지는 사람들.


나는 좀처럼 무언가에 깊이 빠지는 사람이 아니어서 인지 꾸준히 해내는 것이 힘들다. 아니, 어쩌면 꾸준히 해내지 못해 무언가에 빠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를 찾는 걸 취미 생활로 해보자 하고 시작했던 원 데이 클래스 탐방도 몇 번 시도하다 끝났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수영도 늘지 않는 것 같아 흥미를 쉽게 잃었다. (고작 두 달 정도 하고 실력이 늘길 바랐다..) 독서를 하기야 하지만 취향이 굉장히 편향적이고 독서 패턴이 극단적이다. 책이 고플 땐 허겁지겁 여러 책을 읽다가도 어느 때가 되면 책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도록 쳐다도 안 본다. 전화 영어도 한 석 달인가 하다가 홀드 한 상태.


그리고 나는 깊이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기도 하다. 클라이밍이 재미있어 수업 후 혼자서 연습을 좀 해볼까 하다가도 나는 곧 짐을 챙겨 나온다. 과몰입 하다가 곧 싫증이 날까 두려워서다. 음, 그러니까 나 혼자 클라이밍과 밀당을 하는 것. 오늘은 여기까지, 더 하면 네가 싫어질 것 같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내가 꾸준히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잠시 절망에 잠겼다. 쥐어짜니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분명 있긴 하다. 새벽 기상에 대한 '시도', 아침 요가, 매일같이 쓰는 '5년 후 나에게 Q&A'다이어리, 기도와 묵상, 손글씨 쓰기, 책 읽고 난 뒤 마음에 드는 글귀 정리하기 같은 것들. 너무 자잔 한 것들인가 싶지만 하나같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다.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은 좀 더 많다. 클라이밍, 테니스, 등산, 영어 공부, 교과서 읽기, 가죽 공방 다니기, 요리 학원 다니기, 주식 공부, 재봉틀과 뜨개질 배우기. 그리고 아침에 글쓰기. 그래서(?) 오늘은 출근 전 아침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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