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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un 21. 2021

#37. 남편이 휴가를 떠났다

토요일에 남편이 여행을 갔다. 회사에서 안식 휴가를 받아 떠난 . 해외로   없는 처지인지라 국내 여행을 떠났다. 일주일 정도는 남편 부모님과 여행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제주도에 머무를 계획이란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은 나도 잠깐 합류할 계획이다.


떠나기 전 금요일 밤 남편은 바쁘게 집안일을 했다. 빨래를 돌리고 두어 가지 요리를 했다. 회사 도시락으로 챙기라며 삶은 계란과 크래미를 냉장고에 잔뜩 쟁여둔 것도 발견했다. 남편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저런 것들을 샀을까. 혼자 떠나는 게 내심 미안했나 걱정이 됐나. 신나는 마음도 분명 있었겠지. 결혼 후 처음이기도 하지만 꽤나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거니까.


아까 남편과 통화를 하다 여행 가니까 좋냐는 나의 물음엔 남편은 하나도 안 좋다고 답했다. 왜? 나는 집에 혼자 있으니 좋은데,라고 하니 그제야 무지하게 좋다고 답하는 남편. 제주도에서 만나면 나 두고 가서 조오오오옿았냐고 따지고 물고 늘어져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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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만날 자리싸움하던 남편이 없어 침대가 널널하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쓸쓸하다.

남편이 해둔 요리를 혼자 먹으니 먹어도 헛헛하다.


그의 부재로 느끼는 그에 대한 마음.


이렇게 쓰긴 했지만 오랜만에 혼자 시간 갖는 게 나도 무지하게 좋긴 하다. 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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