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울까 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다시 잡히더라.
난 우리 회사가 좋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좋고, 나의 직무도 좋다. 협업하는 동료들도 좋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조직의 방향도 좋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신경 쓰지 않고 살다가 때 맞춰 시작하는 생리처럼 힘든 시기가 주기적으로 온다. 어떤 때는 그 힘듦을 즐기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견디기가 힘들어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 나는 호기롭게(?) 혹은 현실적으로 해보는 것들이 있다. 결론적으로는 그런 행동들이 그만두고 싶은 퇴사 욕구를 잠재워 주기도 한다.
우선 내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본다. 저축, 주식, 비상금을 다 모아 총액이 얼만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는 내 한 달 씀씀이를 볼 때 얼마나 놀 수 있을지 계산한다. 소비를 많이 줄여놓은 덕에 얼추 5년은 놀아도 될 것 같아 괜히 신이 난다.
그다음으로는 사직서를 써본다. 인트라넷 사직서 양식을 열어보는 행위는 너무나 쉽다. 사직서 창을 켜면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지만. 내가 원하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이 퇴사의 가벼움에 든든함을 느끼며 그냥 때려치우지 뭐, 라는 생각을 하다 한편으로는 아직은 때가 아닌가, 질문을 하며 내 마음속 언저리에 있는 아쉬운 마음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잡플래닛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틀린 말도 많지만 맞는 말도 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겪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적어놓은 리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직장 생활이 다 이런 거구나, 하고 말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일이 힘들 때 해보는 몇 가지 방법들을 얘기하다가 내가 쓰는 방법들을 나열해봤다. 구직 사이트를 본다든가 실제로 이직 면접을 본다는 얘기에 다시 한번 위로를 받았다. 괜찮은 척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나처럼 다들 힘든 시기가 있나 보구나 하고. 아직은 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회사 생활, 또 힘든 시기가 오면 나는 잔고를 확인하고 사직서 창을 켜보고 잡플래닛에 들어가 보겠지. 그리고 내 마음을 마주하고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내겠지. 그래, 그렇게 하면 될 일이다.